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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그 딸, 내달 3일 개봉 '오피스' 출연 "디테일한 연기의 밑거름, 관찰하는 습관서 나와"
'은교'의 그 소녀, '협녀'서 연기력 논란...배우의 자질 다지는 기회로 "연기에 욕심나기 시작했다"

늘 배우니까 늘 배우다 고아성(왼쪽)과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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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여성이 사회 초년생으로 활동하는 연령은 20대 초중반. 여배우도 다르지 않다. 아역으로 시작하기도 하지만 그 성격은 학습에 가깝다. 본격적으로 연기의 깊이를 알아가는 건 그 이후다. 표현할 수 있는 범주가 확대되는데 어떤 이에게는 연기파로 성장하는 기회, 어떤 이에게는 한계에 부딪히는 독이 된다.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고아성(23)과 김고은(24)은 한 발 앞서 있다. 설익은 감이 있지만 또래에 비해 캐릭터를 표현하는 기술이 정교하다.

* 고아성의 끊임없는 관찰


"김희애(48), 유호정(46), 백지연(51), 틸다 스윈튼(55) 등 사랑하는 선배들이 많이 생겼어요. 모두 후배를 살갑게 맞아줘요." 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성과다. 고아성은 묘한 매력을 가졌다. 일단 여배우답지 않게 천진난만하다. 말수는 적지만 여전히 앳된 얼굴로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런 솔직함은 촬영 현장에서 최고의 무기가 된다. 선배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연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

늘 배우니까 늘 배우다 고아성


고아성은 이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는 영화 '오피스'에 함께 출연한 27살 차의 김의성(50), 9살 차의 류현경(32)과 친구로 지낸다. 유교사상이 뿌리내린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풍경. 고아성은 "나이를 떠나 인간적 끈끈함을 공유하는 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의의 시선이 의식돼 우리끼리 있을 때만 말을 편하게 놓는다"고 했다. 그에게 친구 사이를 권한 건 모두 선배들이었다. 처음 보는 이에게도 진심을 보여줄 만큼 때 묻지 않은 순수에 매료됐다.


고아성은 이 허례허식 없는 관계에서 얻는 교훈으로 연기를 다진다. 때로는 충격을 받기도 한다. 고아성은 3년 전까지 다큐멘터리를 즐겨봤다. 연기에서 자연스러움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김희애와 '우아한 거짓말(2013)'을 찍으면서 가치관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우린 지금 다큐멘터리를 찍는 게 아니잖아."


이런 학습은 감독과 대화에서도 발견된다. 고아성은 '괴물(2006)', '설국열차(2013)'를 함께 한 봉준호(46) 감독으로부터 막연한 지문의 범위를 좁히는 기술을 배웠다. '오피스'의 홍원찬 감독에게서는 현장 편집 등 젊은 감각을 익혔다. 최근 홍상수(55)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찍으면서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고갔다. 고아성은 "현장에서 대본을 받았지만 바로 회수당한데다 작은 역할이어서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영화로 완성된 걸 보며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늘 배우니까 늘 배우다 고아성


고아성에게 관찰은 습관이다.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성균관대 사회과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가 같은 분야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데 도움을 얻는다. 한편으로는 관객의 시선을 잃지 않는 법도 공부한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능동적인 주체인지 알게 된다"고 했다.


영화 '오피스'에서 연기하는 인턴사원 이미례는 고아성과 상반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인물이 가진 감정의 음영은 홍 감독의 의도대로 매우 짙게 표현됐다. 끊임없는 관찰의 결과다. 인턴생활을 하는 친언니와 학교 동기들에게서 다양한 정보를 구했다. 하루 일과는 물론 각 조직원과 관계, 의상, 소품 등이다. 심지어 회사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는 빈도가 얼마나 되는 지까지 알아봤다. 고아성은 "디테일한 연기의 밑거름을 쌓는 당연한 과정이다. 그런 학습은 언제나 즐겁다"고 했다.


늘 배우니까 늘 배우다 김고은[사진=백소아 기자]


*김고은, '협녀'의 실패를 약으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27일까지 누적 관객 42만6324명을 기록했다. 총제작비로 120억원을 썼지만 겨우 3분의 1가량을 회수하는데 머물렀다. 주 요인으로는 주연 이병헌(45)의 사생활 문제, 설득력이 떨어지는 스토리, 엉성한 짜임새 등이 꼽힌다. 또 다른 주연 김고은의 어설픈 연기도 거론된다. 카메라의 초점이 철부지 소녀 홍이의 성장에 맞춰져 있지만 시종일관 겉돌다가 결말에 다다른다. 시나리오도 허술하지만 인물의 감정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해 생긴 오점이다. 김고은은 "홍이가 태생의 비밀을 알고서도 유백(이병헌)을 왜 다시 상대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월소(전도연)의 뜻을 따라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고은은 설익은 감과 같다. 모양새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아직 연기가 거세고 텁텁하다. 대사의 호흡이 불안정하고 얼굴 표정 역시 천편일률적이다. 그런데도 충무로의 감독들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다. 그가 가진 일상성을 높게 평가한다. 그 단순한 가치는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그 이상이자 배우의 기본 자질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의 깊이는 고스란히 김고은에게 주어진 몫이다.


그는 "'은교(2012)'로 데뷔한 것부터 이병헌, 김혜수(45), 전도연(42)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작업한 것까지 운이 좋았다"고 했다. 사실 연기에 처음 발을 딛을 때부터 그랬다. 계원예술고교 입학시험에서 인순이의 '하늘이여 제발'을 불렀는데 감정에 북받쳐 완창에 실패했지만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에서도 뮤지컬 '아이다'의 'My strongest suit'를 부르다 도중에 끊겼지만 합격했다. 김고은은 "'무조건 떨어졌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왜 붙여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늘 배우니까 늘 배우다 전도연(왼쪽)과 김고은[사진=아시아경제 DB]


'협녀, 칼의 기억'으로 그동안 그를 감쌌던 거품은 가라앉았다. 이제는 다가오는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살려야 할 때다. 촬영장에서 시간이 남는다고 뜨개질을 하던 모습은 사라질 수 있을까. 일단은 긍정적이다. 김고은은 "살면서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는데 '협녀, 칼의 기억'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작품을 하든 후회하고 싶지 않다.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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