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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쉬어야 노년이다. 가난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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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쉬어야 노년이다. 가난하지 않을 권리 ◇ 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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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2014년 개봉 관객 1400만명이 관람한 국제시장의 덕수는 외로운 노인이다. 평생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가족들은 물론 평생 일터의 이웃상인과도 소통하지 못하는 외골수 고집쟁이 노인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덕수는 가난하지 않다. 만일 그토록 열심히 산 덕수의 노년이 생계를 고민할 만큼 궁핍하게 그려졌어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수 많은 덕수들이 살고 있는 현실의 세상은 영화보다 훨씬 고되다. 연금대체율이 낮은 우리나라는 노인이 되어서도 일을 해서 버는 소득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노인이 되어서도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층 근로형태를 살펴볼 때 고령층의 노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6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 중 40%이상이 임금근로자인데 이중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 비중이 61.2%에 달한다. 이는 한국 노인들이 저임금 노동과 자영업에 소득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소득이 감소하므로 저축을 줄여 소비를 한다. 따라서 소득 대비 소비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고령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낮다.

왜 한국 노인들은 소비할 수 없을까?


이는 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속 고령층 소비패턴을 통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경기 불황 속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해 지면서 고령층은 저축을 늘려 미래를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연금대체율이 낮고 고령층 근로사업소득에 의존도가 높다. 한국의 기대수명 증가와 지속적인 경기침체는 고령층의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고령층이 제대로 소비할 수 없는 현재 소득구조가 고착화 되고 인구 고령화가 심화될 경우 소비는 더욱 침체될 것이고 이는 경기침체의 장기화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소득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고령층 소비심리도 살아나지 못한다. 쉼 없이 달려온 덕수들이 노년에도 생계를 일자리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는 변해야 한다.


한국 고령층 빈곤율을 고려할 때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층 중에도 생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구가 다수 존재한다. 우리나라 고령층 가계 자산의 80%는 부동산이고 보유 중인 부동산의 대부분은 살고 있는 주택이다. 보유중인 주택을 활용해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집을 가진 고령층이 안정적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 보증 역모기지 상품인 주택연금이 있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기간 동안 매월 연금방식으로 생활비를 지급받는 제도이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동일한 연금을 계속 지급한다.노후준비가 부족한 고령층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주택연금의 가입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견인한 우리의 아버지 세대가 OECD 최고의 빈곤율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결말이 아니다. 쉼 없이 달려온 이들이 노년이 되어서도 노동을 멈추지 않아야 생활 할 수 있는 사회는 너무 가혹하다. 그들에겐 쉴 권리가 있다. 자신의 집을 남겨주지 않고 자신이 사용할 권리, 쉬어도 가난해지지 않을 권리,자신의 행복을 찾아도 될 권리가 이 땅에 살고 있는 덕수들에게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문영재 기자 pulse @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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