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기씨 포함 피해자 및 가족들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 원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3개 협상 주체인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 삼성전자,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의 입장 정리를 위해 9월 말로 추가 조정기일 조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16일 "발병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조정위 권고안 발표 후 3개 주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고 있는 만큼 서로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조정위가 7개월만에 내 놓은 권고안이다. 조정안 중 보상 문제를 놓고 가대위와 반올림 내부의 가족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공익법인 설립 문제에 대해선 삼성전자가 반대했다. 반올림 활동가들은 권고안에 따라 나머지 협상 절차를 마무리 짓자는 의견이다.
조정위가 수차례 조정을 진행했지만 3개 주체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조정 작업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여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조정기일을 보류하자는 의견을 내 놓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피해자 및 가족들이 신속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와의 직접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3개 주체 및 피해자 가족들의 명확한 입장을 파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대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통해 사과와 보상문제를 신속히 합의하고 대책에 관해서도 공감의 폭을 넓힐 것"이라며 "9월 말을 1차 시한으로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마무리 할 계획인 만큼 조정위원회는 조정기일 지정을 보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양측의 의견에 대해 반올림측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올림측은 1년전 조정을 시작하고 제3의 기구 설립 등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가대위가 다시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반올림 내에서도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가대위가 설립된 뒤 반올림 내부에 남아있던 황상기씨와 김시녀씨가 삼성전자와 피해자간 직접 협상을 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올림측 협상단 대표였던 황씨 등 피해자 가족 2명은 반올림 게시판을 통해 "조정위원회의 보상 권고안을 반대한다"면서 "삼성전자는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3개 협상 주체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놓으며 조정위의 역할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상 당사자와 대상자가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는 만큼 조정위의 추가 조정을 통해 입장을 좁히는 과정 자체가 불필요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추가 조정이 아닌 실질적인 직접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백혈병 문제를 신속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조정위도 당사자들의 협상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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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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