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이 발생한지 10일만에 북한이 전면부인에 나섰다. 북한이 도발한지 나흘만에 반응을 보인 것은 과거에 비해 한참 늦은 것이다. 북한이 지뢰 도발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은 어느 정도 예정됐던 수순이었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침묵할 경우 남한의 발표가 사실로 굳어지고 특히 인정했을 경우 비열한군사 도발로 인해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가 더욱 심화되는 등 대외적 손실이 크다고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
북한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이 북한이 의도적인 지뢰매설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남한 발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현 남북관계 긴장상황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남측의 '모략극'으로 몰아갔다.
우리 국방부가 도발 원인으로 북한을 지목한 지 나흘만에 나온 북한의 반응으로, 과거 사례와 비교해보면 한참 늦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 소행이라고 남한 정부가 공식적으로확인한 지 30분 만에 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2009년 북한 경비정이 대청도 해상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퇴각한 대청해전 때도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사건 발생 4시간50여 분만에 남측의 도발 행위로 규정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 국방위는 나흘만에 대응에 나선 배경과 관련, "현지에 있는 우리 군인들도당시 폭발장면을 목격했다"며 "남측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별로 크게 관심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얼마전 140여 발의 지뢰가 터지는 등 해당 지역에서 화재나 폭우로 지뢰 폭발이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사건 발생 당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북 도발이라고 괴뢰 군부가 떠들고 괴뢰합동참모본부가 줴쳐대고 청와대가 악청을 돋구고 나중에는 유엔까지 합세하여 우리를 걸고드는 조건에서 그대로 침묵하고 있을 수가 없게 되였다"고 해명했다. 자신들의 소행도 아닌데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하는 등 국제사회의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뢰 도발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은 어느 정도 예정됐던 수순이다. 더이상 침묵할 경우 남한의 발표가 사실로 굳어지고 특히 인정했을 경우 비열한군사 도발로 인해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가 더욱 심화되는 등 대외적 손실이 크다.
문제는 지뢰 도발 사건의 책임 소재를 놓고 남북한이 서로 경고와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남북관계에 기름을 붓고 있는 점이다. 당장 오는 17일부터 10일간 북한이 극도로 반발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여정돼 있고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을 앞두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도 예상되는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남북 사이 긴장은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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