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이번 환율 조정이 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약세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가져올 파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애플을 위안화 약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글로벌 기업으로 꼽았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내려가면 중국에서 위안화로 거둬들인 수익을 달러화로 전환할 때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애플 주가가 5% 넘게 하락하고 증권사들의 애플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뒤따랐다.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이 확대되면 애플이 불가피하게 중국 내 아이폰 가격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WSJ은 이번 환율 조정으로 애플의 타격에 따른 반사이익을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수출하고 달러화로 매출을 올리는 레노버, 폭스콘 등 중국 IT 업계가 가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해외 진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 중국 샤오미, 화웨이 등도 애플과 정반대 길을 걷게 된다고 풀이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위안화 평가절하의 최대 수혜는 중국 수출업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IT 기업들 뿐 아니라 엔화와 원화 약세로 일본과 한국 경쟁사들에 밀렸던 중국 자동차업계도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수출 활로를 넓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항공업계는 달러 빚이 많아 위안화 평가절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위안화 약세가 계속되면 환율 차이로 이들이 상환해야 하는 액수 또한 불어나기 때문이다. 통신은 중국의 대표적인 대형 항공사인 남방항공의 경우 위안화 가치가 1% 하락할 때마다 환차손이 발생해 7억6700위안(미화 1억2100만달러)의 실적 타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인민은행의 고시환율 조정 발표 직후 남방항공과 동방항공 주가가 각각 18%, 16% 급락하며 발작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을 확대해온 유럽 자동차, 명품업계도 대표적인 패자로 분류된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소비자들은 수입되는 유럽 고가 제품을 구입하는데 기존 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중국 사치품시장은 정부의 반(反)부패 단속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해 위안화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국 기업들도 환차손을 예상해야 한다. KFC, 피자헛 모회사인 미국 얌브랜즈의 경우 전체 글로벌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 위안화 평가절하 타격이 불가피한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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