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10분의1 전압… 디스플레이, 3DTV에 응용 가능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마이크로미터 크기 액정 방울의 모양, 크기, 위치와 배열 상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디스플레이, 3DTV, 미세 에너지 수확은 물론 나노 기술 분야 등에 응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액체방울을 다루는 미세유체기술(microfluidics)은 질병의 진단, 디스플레이장치, 가변 초점 렌즈 등 다양한 분야 응용성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현재 잉크젯 방식의 프린팅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 산업에 접목될 수 없는 연구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기영동이나 전기습윤을 이용해 물과 기름처럼 한 액체 속에 섞이지 않고 떠 있는 또 다른 액체의 미세 방울을 변형시키거나 움직이는 기술은 미세유체기술의 대표적 방법이다. 이 기술은 미래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구동 전압이 높아 재료나 계면에 손상을 주기 쉬워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영동은 액체 내에 있는 작은 고체나 다른 액체 입자를 전기장을 가해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전기습윤은 고체위에 있는 유체가 전기장을 가하면 표면 장력이 변화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디스플레이 액정은 온도에 따라 입자가 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는 상태(네마틱 상, nematic phase)나 무질서한 상태(등방성 상, isotropic phase)로 존재하는 유체이다. 일정한 온도 범위 안에서는 두 가지 상태가 혼합돼 있을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이용하면 한 물질에 두 가지 상태의 액정이 섞인 혼합물을 만들 수 있다. 전기영동을 이용하면 이 혼합물의 한 가지 상태 액정 속에 떠 있는 또 다른 상태 액정의 마이크로미터 크기 방울의 모양 변형·부피 조절·이동·분리·결합시키는 게 가능해진다.
액정 기판은 종류에 따라 둘 중 어느 한 종류의 액정상과 더 가까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이용해 한쪽 액정상 방울을 다른 액정상 내부에 떠 있도록 만들면 기판과 마찰력을 제거할 수 있어 기존의 10분의1의 전압으로 전기영동 조절이 가능해진다.
송장근(성균관대 교수), 김수동(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 이보미(성균관대 석사과정), 강신웅(전북대 교수) 연구원 등이 미세유체기술과 액정 재료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 8월5일 온라인판(논문명: Dielectrophoretic manipulation of the mixture of isotropic and nematic liquid)에 실렸다.
송장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동일조성 물질의 두 가지 액정상 혼합액을 이용한 유전전기영동기술은 기존 방법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미세유체 조절 특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라며 "미세유체기술을 디스플레이나 광학소자 등으로 그 응용성을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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