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법안 통과
-최근 기금운용 공사 설립이 추진되면서 또 소재지 논란
-野, 기금운용公 설립 반대, 전북 이전 흔들리면 논의 자체 안할 것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개편이 정치적 논리에 휩싸이고 있다. 수익률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 독립하는 작업을 놓고 야당의 반발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소재지를 놓고도 지역 갈등이 불거져 국회 통과가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0일 "정부·여당은 통과 가능성도 없는 법안 발의로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이 전북 이전과 무관하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공사의 설립과 관련된 법안 자체를 복지위 소위에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해 투자공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투자공사를 설립해 독립성과 자율권을 부여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공사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야당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공사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소재지를 놓고 지역 갈등까지 불거져 법안 논의 자체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재지 논란은 지난 2011년 공공기관 이전 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서 전북 전주로 이전 예정이던 한국토지공사가 LH공사로 바뀌면서 국민연금 공단의 이전 위치도 바꾸게 됐다. LH공사가 경남으로 이전하는 대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경남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던 국민연금공단이 전북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전북은 국민연금공단의 핵심조직인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의 설치는 법적 근거가 따로 없다. 법적 근거가 없어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 남는 분산 이전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당시 선대위원장은 전북을 내려가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약속했다.
2013년 여야 지도부는 대선 약속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국회에서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약속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국민연금법 제27조인 '공단의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를 '공단의 주된 사무소와 국민연금법 제31조에 따른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는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고 개정했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공공기관의 소재지 이전을 법적으로 못 박는 이례적인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당시 법안을 통과시켰던 복지위 회의에서 여당 A 의원은 "이게 굉장히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부분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이 법안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의 정치적 약속은 기금운용본부에 독립적인 공사가 추진되면서 최근 흔들리게 됐다. 정부가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공사를 만든다고 하자, 투자공사의 소재지에 대해서도 또 논란이 생긴 것이다.
특히 최근 발의된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장의 법안이 불씨를 키웠다. 정 위원장은 국무총리실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새로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제 22조에 '국민연금기금투자공사의 주된 사무소는 서울특별시에 둔다', '국민연금기금투자공사는 필요하면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분사무소를 둘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금운용과 관련된 독립된 투자 공사를 서울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복지위 여당 관계자는 "정 의원의 법안은 당과 상의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재지 부분은 지극히 정치적으로 이미 합의된 부분인데, 이 부분이 커지면 지금도 기금운용공사 설립안의 국회 통과가 힘든데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야당 관계자는 "야당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된 투자공사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며 "만약 투자공사가 만들어져도 소재지를 전북으로 같이 이전한다고 해도 받을까 말까한 법안인데, 전북 이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법안 논의 자체가 힘들 것이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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