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국회 입법청원…위험의무 위반해 인명사고 낸 기업책임자 등 처벌 내용 담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세월호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업 등이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인명재해를 발생시킨 경우 경영책임자, 공무원에 강력한 처벌을 가할 수 있게 하는 '기업처벌법' 제정운동에 나섰다.
4·16연대 등 21개 시민사회·노동단체로 구성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제정연대)'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제정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명의 사망자를 낳은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사고'의 경우, 해당 유스호스텔의 대표는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아울러 지난 2008년 40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창고 사건'에서도 원청회사 대표자는 최종심에서 2000만원의 벌금형만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신상필벌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국이 OECD 회원 국 중 산재사망 1위, 반복적 대형 재난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제정연대는 "반복적인 재난과 산재사망에도 기업에 부과되는 벌금은 최대 수천 만원에 불과하다"며 "또 기업 최고책임자나 원청 대기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말했다.
제정연대는 이날 논의를 거쳐 마련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안도 공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기업·기관이 소유·운영·관리하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위험방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2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나 사업주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아울러 피해자의 범위를 이용자인 일반 시민은 물론 정규직·하청·특수고용노동직 등으로 확대, 기업활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호대상자임을 명시했다.
제정연대는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과정에서 시민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훼손시키는 행위는 살인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책임있는 기업과 경영책임자, 공무원은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정연대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시민 832명 명의의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832명은 세월호 참사 발생일인 4월16일을 기억하는 시민 416명과 노동자 416명을 더한 숫자다.
제정연대는 앞으로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기업과 정부에 의한 재난사고, 산재사망사고의 범죄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또 이 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제정되기 위해 전 국민적인 입법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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