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드라마 찾는 시청자들
옛 향수 불러 일으키기도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수 ↑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20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가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는 2000년대 드라마를 리마스터링해 선보이고 있으며, 유튜브에선 과거 드라마와 시트콤을 짧게 요약한 콘텐츠가 1000만회를 넘는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요즘 작품들에 지친 시청자들이 다소 촌스럽더라도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과거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는 셈이다.
2024년에 만나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내 이름은 김삼순'
최근 OTT 플랫폼 웨이브는 200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를 2024년 버전으로 신작화하는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원작 주요 스태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원작의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시청 트렌드를 반영한 OTT 시리즈물 형태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22일에는 2004년 방송됐던 인기작 '미안하다 사랑한다'(미사)의 감독판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해당 드라마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호주에서 자란 입양아 '무혁'(소지섭 분)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한국으로 건너와 '은채'(임수정 분)와 지독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당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미사 폐인', '미사 앓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최종회 시청률 역시 28.6%(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에 공개된 '[감독판] 미안하다 사랑한다 2024'는 속도감을 위해 16부작에서 6부작으로 대폭 축소됐다. 작품을 본 누리꾼들은 "뒤늦게 미사 폐인 됐다", "고등학생 때 봤던 드라마인데 요즘 감성에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명작은 명작"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웨이브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30세 노처녀 김삼순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낸 드라마로, 2005년 방송됐다. 해당 작품은 공개 당일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웨이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각종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삼순 관련 키워드가 연일 검색되는가 하며, 오늘날 접한 시청자들의 새로운 해석이 더해지는 등 급상승 소재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요즘 콘텐츠에 피로감 느끼기도
OTT 업계가 예전 드라마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시청자들의 높은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드라마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옛드: MBC 옛날 드라마'는 구독자 396만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해당 채널에서 드라마 '궁'의 한 장면을 편집한 영상은 조회 수 2513만회를 돌파했다. 또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관련 영상은 약 1660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에는 "다시 봐도 재밌다", "그 시절이 떠오르는 드라마", "2024년에 정주행 완료"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일부 젊은 세대는 옛 드라마를 지금의 현실과 비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김선아 분)은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30세 노처녀'로 그려졌다. 그러나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30세를 노처녀라고 여기는 설정이 어색한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관련 유튜브 영상에 "30세가 노처녀라고 놀림당할 나이라니", "20살 때 봤던 삼순이는 그냥 왈가닥한 성격이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멋진 여자다.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고 자주적으로 판단하고 나아갈 줄 아는 여자", "재미도 있는데 그 시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인기 요인으로는 자극적인 요즘 콘텐츠에 쌓인 피로감도 있다. 콘텐츠 시장이 과열되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설정의 작품들이 줄을 잇자 이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다소 심심한 매력의 옛날 드라마를 찾게 되는 셈이다.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를 보면 한류의 부정적인 인식에 공감한 응답자는 32.6%로 전년 대비 5.5%포인트 증가했다. 주요 사유는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24.9%), '획일적이고 식상함'(22.0%), '지나치게 상업적'(21.1%) 등이다. 해당 조사는 26개국의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0~30일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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