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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한국 경제 위기와 미국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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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한국 경제 위기와 미국 음모론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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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 공교육 재건을 위한 시도로 초등학교에 게임을 이용한 학습법인 'G러닝'을 투입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로스엔젤레스(LA) 근교에 살던 맥스 케네디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맥스 케네디는 형이었던 존 F 케네디에 이어 1968년 암살된 미국 법무장관 로버트 케네디의 9남매 중 막내아들이다. LA 외곽에 있는 그의 집은 3층짜리 저택이었다. 교육학과 미디어 전공 유명 교수들이 모인 인하우스 파티에서 그는 내게 나전칠기를 하나 보여 주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1961년 김종필'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국에는 물론 왕족이 존재하지 않지만 케네디 일가는 왕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파티를 시작하자마자 맥스는 홀 안의 당구대에 뛰어올라 미국 공교육의 문제와 오바마의 정책 실패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때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자유분방한 미국에서, 그것도 명문대의 저명한 원로 교수들이 두 손을 단정히 앞에 모으고 모두들 맥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도 손에 들고 있는 음료수나 음식을 먹지 않았다. 무려 30분이나 진행된 맥스의 연설은 참석자들의 환호 속에 마무리됐다.

사실 한국은 오래전에 왕정이 단절되었고, 또 케네디 같은 명문 정치 가문도 존재하지 않는다. 재벌가가 있기는 하나 국민들의 존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온 나에게 70세가 넘은,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들이 맥스를 대하는 태도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미국인들이 케네디 가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왜 케네디 사후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살에 대한 관심과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는지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케네디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 만큼 암살자에 대한 증오감은 큰 것이고 음모론 역시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다. 케네디를 암살한 배후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옛 소련으로부터 마피아, 쿠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용의자들이 거론되었으니 음모론의 백미라 할 만하다.


지금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큰 원인은 급격한 환율 변동, 특히 엔화 약세다. 일본 엔화는 2012년 1월 달러당 77엔을 기록한 후 현재는 124엔까지 하락해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1엔이 움직이면 400억엔(약 3700억원)의 영업이익이 변동한다고 한다. 아베 정권이 출범한 후 47엔이 하락했으므로 단순계산으로도 도요타에 약 1조9000억엔(약 17조원)의 영업이익을 안겨다 준 셈이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서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 수 있는 근원이 여기에 있으며 반대로 현대차나 기아차가 갑자기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급격한 엔화 변동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이고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엔화 변동에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고 있다. 여기서 미국 음모론이 등장한다. 급격한 환율 변동은 미국의 용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동북아는 신냉전 시대에 들어와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와 미국, 일본을 축으로 한 새로운 대결이 그것이다. 여기서 일본의 부활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일본의 정치ㆍ 군사력의 확대는 재정적자로 힘겨운 미국이 두 손 들어 환영하는 일이다. 일본의 정치ㆍ군사력의 확대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기에 미국은 일본 경제의 부활을 환영하는 것이다. 1980년대 미ㆍ일의 경제 마찰은 이미 케케묵은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미ㆍ일의 이해관계 일치는 미ㆍ일에 끝나지 않고 한국이 엉켜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혹시 지금의 상황이 일본을 지렛대로 한국을 때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한국을 손볼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는 아닌가.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한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산업 전반에 걸쳐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는 근저에는 미국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조종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것이다.


케네디 암살 음모론은 이제 호사가의 입방아 재료에 불과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미국 음모론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파괴력 또한 메가톤급이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손', 미국의 전략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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