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전반적인 통일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열린 통준위 민간위원 집중토론회는 지난 2월 16일 있은 통준위 위원장단 집중토론회 이후 5개월 만에 열린 대통령 주재 통일 관련 회의였다.
이날 회의의 핵심은 "통일 청사진이 이론이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국민의 생활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집약돼 있다.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통준위와 정부 차원의 차분한 노력을 당부하는 한편, 통일교육협의체 설치 등 당장 현실 적용 가능한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여전히 '북한의 호응'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우리 정부 나름대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통일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한다는 취지다.
이날 회의에서 정종욱 민간부위원장이 발표한 '통준위 주요활동과 계획'에 따르면 통준위는 △DMZ공원과 남북 생태ㆍ평화ㆍ문화ㆍ관광벨트 조성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를 활용한 북한 지원 △나선-훈춘 물류단지 활용 △탈북민 정착 지원 등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통일공감대 확산방안으로는 △올 10월경 세계평화회의 개최 △탈북민 미래 리더 육성 등 탈북민의 자생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용표 정부 부위원장(통일부 장관)이 보고했다. 아울러 △경원선 복원 △DMZ세계생태평화공원 추진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다자협력을 통한 남북협력 추진 등을 지원하며, △올해 내 '평화통일기반구축법' 제정 추진 △분야별 통합과제 연구 △통일준비 전문 인력 양성 계획 등을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박 대통령은 북한이 호응해오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함께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호응해 나올 수 있도록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특히 북한의 경제특구 발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 중요한 만큼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는 개성공단 3통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대북 투자자들의 북한내 사업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대북 협력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개발은행과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연계해 평화통일에 활용하는 창의적 방안도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적 지원 등 '실질협력'을 우선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기존 정책 방향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들의 전면적 생사확인을 위해 필요하다면 행정적 지원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남북이 합의한 바 있는 개성공단 설명회 개최 등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개성공단에서의 모자보건사업, 탁아소 증축 등의 추진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이날 회의에서 밝혔다.
대북지원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영유아ㆍ임산부 지원, 결핵 치료 등 주민의 삶과 관련된 사업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주민건강을 위한 일인 만큼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하면서도 "지자체 교류 사업은 확대됨이 좋으나 과도한 경쟁이나 혼선, 중복이 되지 않도록 관리되는 방향에서 추진되었으면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마련된 3개 세션 중 마지막으로 진행된 '미래세대의 통일의식 확산' 방안과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정책 의제들도 제시됐다. 유호열 통준위 법제도 분과위원장은 통일부와 교육청, 각 시도 교육청이 참여하는 '평화통일교육협의체'를 설치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통일교육시간 확대, 통일교육 교사 전문성 강화 등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통일교육협의체 설치와 교재 개발, 통일준비학교 등 통일교육을 위한 여러 제안들이 연계 추진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며, 통일 이후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력, 안보환경 등 긍정적 변화를 알기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논의를 계기로 통일교육의 시간과 예산, 인력양성, 교육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통일교육은 시민의식을 일깨우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공통의 목표를 가지는 것은 너무 중요하며, 모든 분야에서 통일을 위한 힘을 모아나가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한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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