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김승연 회장의 뚝심 경영이 '유통'에서도 빛을 발했다. 특히 면세점 적합부지로 여의도 63빌딩을 선정한 그의 '선견지명'이 결정적이었다. HDC신라 외에 타업체들과의 경쟁은 '교통'에서 극명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번 면세점 황금 티켓까지 거머쥐며 방산, 유화에 이어 유통까지 거침없는 경영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핵심은 '교통'..김승연의 선견지명
한화갤러리아가 시내 면세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가장 큰 요인은 '교통 편의성'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은 교통 및 주변 상권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63빌딩을 면세점 부지로 꼽았다. 이러한 선견지명이 이번 승패를 갈랐다.
여의도 63빌딩은 타후보지에 비해 올림픽대로 진입이 용이하고 서울 시내 타지역과도 연결성이 높은 교통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남대문, 동대문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한화는 이러한 틈새를 공략해 여의도가 서울 시내에 근접해있지만 혼잡도가 낮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김 회장은 대형버스 100대를 동시수용 가능한 총 1607대의 주차시설을 확보하도록 지시하며 교통문제 해결에 힘을 보탰다. 한화 관계자는 "인근 한강고수부지 주차장을 활용할 경우 추가 100대 이상의 대형버스도 주차할 수 있어 교통 측면에서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갤러리아는 향후 63빌딩을 쇼핑공간과 수족관, 전망대, 식당, 카페 등을 포함해 총 3만6472㎡에 달하는 아시아 최고 컬쳐 쇼핑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4년 138만명 수준인 여의도 외국인 방문객을 2016년까지 321만명으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방산·유화 이어 유통까지..김승연 회장의 광폭행보
이번 면세점 사업권까지 획득하면서 한화그룹은 방산, 유화에 이어 유통까지 사업을 확대하게 됐다. 지난해 말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빨라진 덕분이다.
김 회장은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신년사를 통해 "세계 속의 큰 한화로 발돋움해 나가야 하며 그것이 바로 국가에 대한 의리, 사회에 대한 의리, 국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일"이라며 사업재건 의지를 밝혔다. 이는 곧 실행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올 상반기 삼성과의 빅딜을 발표하며 재계를 뒤흔들었다.
한화는 최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 4개 계열사 인수를 완료하며 방산, 유화업계 1위로 도약했다. 방산부문의 경우 매출이 2013년 기준 1조원에서 2조6000억원 규모로 증가해 국내 방산 분야 1위로 껑충 올랐다. 규모 뿐만 아니라 기존의 탄약, 정밀유도무기 위주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레이더 등의 방산전자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석유화학사업에서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하며 매출 규모가 18조원으로 증가하며 국내 1위로 올라섰다. 석유화학산업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인 291만t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김 회장은 다음 행보를 진행 중이다. 로봇, 드론, 무인기 등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투자 계획을 밝히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한화그룹은 올 하반기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벨리에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완성할 계획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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