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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다]건설에 '두뇌'를 달아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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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업관리(CM) 산업 개척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의 돈 되는 발상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한미글로벌을 창립한 김종훈 회장은 학창시절 '문제아'였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통신문에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악평이 적혔고, 고교생 때는 이른바 'Samebody'라는 '주먹클럽'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급기야는 고교 종업식 날에 다른 클럽 회원들과의 폭력 사태로 무기정학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워낙 집도 못 사는데, 막내라고 맨날 찬밥 취급하니까 불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종업식까지 마친 다음인데,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셈이죠." 그런 김 회장이 건설사업관리(CM)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CM이라는 업역은 김 회장을 빼면 성립되지 않는다. 문제아가 리더로 거듭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건설사업관리(CM) 업체인 한미글로벌 직원들은 최근 발주처인 A사로부터 LED 램프를 선물을 받았다. A사가 발주한 공장 건설의 CM을 한미글로벌이 맡은 결과, 공사 일정을 지키면서도 고품질에 비용까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A사가 한미글로벌 담당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려 했지만 발주처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었다. 그러자 아예 한미글로벌 전직원한테 선물을 준 것이었다.


한국 CM의 개척자로 불리는 한미글로벌은 이렇듯 고객사의 가치 창출, 다시 말해 발주처와 건설산업의 시간과 안전, 돈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CM은 건설 공사의 기획, 타당성 조사, 설계, 조달, 시공관리, 사후관리 등을 아우른다. 해외의 선진 건설업계에는 보편화돼 있지만 한국은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고교를 졸업한 그가 재수 끝에 서울대 건축학과에 입학했고 이후 건설회사를 거쳤기에 CM에 천착할 수 있었다. 특히 "뭐하는 과인 줄 정확히는 몰랐지만, 새로운 걸 만드는 창조적 행위니까 멋있어서" 선택한 전공이 그의 삶을 결정지었다. 막연하게나마 "건설사 사장은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문제적 생활'은 계속 됐다.


"1학년 때는 처음에 노는데 정신이 팔렸다가 3선개헌 반대 데모하느라고 학업은 뒷전이었지요. 친구 도움으로 낙제를 겨우 면할 수 있었구요. 선배 따라서 암벽등반 다니다가 도봉산에서 떨어져 허리 디스크 수술도 받았구요."


대학을 졸업하고도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첫 직장은 한샘건축연구소였다. "자재 구매 책임자를 맡아서 목재 사러 인천 부두에도 가고 시장 바닥을 전전하기도 했지요. 몇 년 지나니까 건축가의 꿈이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한라건설을 거쳐 한양으로 옮겨 사우디에서 2년반가량 근무를 하기도 했다. 1984년엔 무작정 사표를 냈다. 도서관에서 석달동안 책만 읽다가 삼성물산 다니던 선배의 '러브콜'을 받았다. "지금처럼 큰 회사도 아니었고 기업 이미지도 별로 안 좋았을 때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 들어간게 큰 행운이었어요. 의지만 갖고 있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죠. 회사와 개인이 같이 성장했다고 할까요."


삼성물산에서 그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다. 첫 프로젝트는 서울대 호암생활관 현장이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 공사였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건물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김 회장은 설계자와 상의해서 페인트칠을 하기로 돼 있던 외부를 빌라같은 적벽돌로 바꿨고, 재료와 공법, 업체 선정과 마감 공사 등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호암생활관은 서울대에서 가장 잘 지어진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초반 여의도에 증권사 사옥이 잇따라 지어지던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증권사 사옥 9개를 비슷한 시기에 짓는데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의 각축장이었죠. 내가 현장 책임자로 해서 삼성이 제일 나중에 들어갔는데 제일 먼저 공사를 끝냈고 새로운 공법을 적용해 견학 코스가 될 정도였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확실했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직접 상을 받았고, 통상 1년에 두 호봉이 올라가는데 김 회장은 6호봉이 오르는 파격적 고과를 받기도 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의 삶에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충격이 다가왔다. 삼성물산의 품질안전실장을 맡고 있던 때였다.


"부산에서 해외 사례를 들어가며 '사고 나면 회사 완전히 망한다'는 요지로 강의를 하던 중에 TV를 보고 삼풍 사고 소식을 접했죠. 부랴부랴 서울로 왔습니다. 삼성그룹의 사고 지원 책임자를 맡아서 들여다보니까 기술자들이 개입돼 있다는 걸 알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총체적 부패 사고이긴 하지만, 구조기술자들이 제대로 대처했으면 한 사람도 안 죽을 수 있었어요. 보강하면 괜찮다고 엉터리 보고 해놓고 본인은 현장을 떠났잖아요."


삼성이 받은 충격도 컸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들이 건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룹이 아예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회장의 지시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3사 현장 50곳을 뽑아서 외국인 전문가들에게 감리를 맡겼다. 김 회장은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았고 이는 창업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외국인 감리를 1회성으로만 끝내는 게 너무 아깝더군요. 창업을 하자, CM을 하자고 결심했죠. 건설의 품질과 안전을 레벨업시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하지만 이윤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더 큰 일을 하자는 것이었죠."


1996년 자본금 10억원으로 시작한 한미글로벌은 현재 인수한 미국 회사를 비롯해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공사는 한미글로벌의 실력을 알린 대표작 중 하나다.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늦어져 월드컵 개최 전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CM을 맡아 부실이나 안전 사고 없이 완공을 계획보다 4개월이나 앞당겼다. 2000년대 들어 이 회사는 매출액이 연평균 27%에 달하는 성장을 거듭했다.


김 회장은 한국 건설업의 미래는 CM에 있다고 본다. "중동에서도 거의 100% CM이나 PM(사업총괄관리)을 하고 있어 우리 건설사들도 CM 업체가 시키는대로 공사를 하고 있지요. 미국이나 영국같은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돼 있구요.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이라는거죠. 국내에서도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건설업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건설 가치 창출업이라고 합니다. 쓸데없는 돈 안 쓰게 관리해주고 예정된 사업기간에 끝내게 합니다. 안전은 물론 기본이구요."


최근에는 도시재생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예전엔 정부와 민간의 경쟁력이 3대1 정도 됐다면 지금은 민간이 5대1 정도로 앞섰다고 봅니다. 민간에 역할을 넘기고 '작은 정부'가 돼야죠."


한국 건설업계의 문제아이자 도전자였던 김 회장은 이제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절반 정도는 은퇴했다"고 한다. 다음주에 그는 바이칼호수 인근에서 망중한을 즐길 것이다.


"원래 계획은 지난해에 은퇴하고 봉사와 사회공헌 사업에 매진하는 것이었는데 후계 준비가 아직 안 되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대신 항시 휴가 태세에요. 오는 주말에 시베리아철도를 타고 바이칼호로 갈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 문제아적 기질이 있었지요. 그런 사람도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된 것 같지 않나요.(웃음)"


김 회장은 지난 3월 CM을 도입하고 확산시킨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건설산업비전포럼 대표와 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 이사장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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