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10여일째 격랑에 휩싸이게 하고 있는 국회법 거부권 사태를 보면서 여러 사람들이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사상초유니 전대미문이라고 해도 될 기묘한 장면들이 펼쳐지는 걸 보면서 많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나는 이 사태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할 만한 역량은 없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경제적 관점에서-적잖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경제적 관점, 그러나 실은 '경제'에 대해 그리 많이 고민하고 있지 않는 듯한 경제적인 관점인 것이 문제인데-아무튼 그 관점에서 얘기하고 싶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번의 거부권 행사를 살펴볼 때 나는 이른바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보고자 한다. 분명히 국회법 개정안이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은 건 사실이고 그에 대해 얼마든지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에서 이 사안이 과연 그만큼 '온몸을 던지는 듯한 결연함'을 필요로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지금의 총체적인 상황에서의 상대적인 중대성이다-는 매우 의문이다.
이 사안이 누군가의 머릿속을 온통 '장악'할 때 그보다 더 중요하거나 최소한 그만큼 중대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들은 과연 들어설 자리가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하루 24시간 일각일각을 나라 걱정으로 꽉 차 있는 초인이라고 해도 사고와 고민의 우선순위, 경중은 있을 텐데 과연 이 사안, 일부 논란이 있긴 해도 여야가 합의를 거듭하면서 타협안을 마련한 결과란 걸 생각할 때 과연 이 문제가 다른 많은 문제를 압도하면서 전에 없던 집중력으로 자신의 온 역량을 다할 만한 사안이었는지, 그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같은 의문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세월호의 아이들, 민생 회생,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등을 제치고 국회법 문제가 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만큼 중대하다고 봐야 할 사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보통의 범부(凡夫)들은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사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사태를 명쾌하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불가사의의 영역이고, 미스터리의 문제인 것이다. 신비의 성역의 문제인 것이다.
어리석은 범부들은 못마땅해도,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이 신비가 언젠간 밝혀지리라 기다리며 다만 지켜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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