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메르스 사태]확진자 유족에 격리자도 '주홍글씨'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동네에서 어떻게 알게 됐는지...장례식이 끝나고 동네마트에 갔는데 물건을 멀찌감치 던져주면서 '빨리 가지고 나가라'고 한 경우도 있어요. 지금 상황에선 밖에 나갈 엄두가 도저히 안납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로 인해 가족을 잃은 한 유가족이 심리상담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지난 한 달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에 감염된 확진자와 이들의 가족, 격리자들은 무서운 감염병의 병원체로 낙인찍혀 하루하루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르스 사망자의 유가족은 물론 확진자들과 가족, 격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이 확진자와 유가족에 대한 상담을 맡고 있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신경정신과학회에선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한 격리대상을 마음을 돌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재난에 대해 심리치료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부터다. 295명의 꽃다운 청춘이 차가운 바다에 수장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고, 자식을 잃은 부모가 겪을 트라우마를 우려해서다.


하지만 메르스 유가족들은 세월호 유가족보다 더 큰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억울함과 자신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전염병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는 자책이 뒤섞여 마음을 더욱 병들게한다는 것이다.


신민영 심리위기지원단장(서울병원 정신건강재활과장)은 "세월호 사건의 경우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동정심리가 많아 지지하는 분위기였지만 메르스 유가족은 자신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의 대상"이라며 "사회적 지지도 받지 못하고, 격리된 동안 느꼈던 불안감을 때문에 충격에서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리지원단이 유가족과 확진자를 심리상담한 결과, 지난 1일 기준 62명 가운데 41% 우울증과 불면을 호소했다. 이들 가운데 19%는 분노를 표출했고, 12명은 생계 불안을 호소했다.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해 사회와 단절된 격리대상도 심리장애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사망율이 40%에 육박하는 신종 감염병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격리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격리자들이 '나는 의심환자이고 사람들이 나를 피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이런 종류의 불안감은 심리치료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선 2003년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이 유행한 당시 격리대상 2만5000명을 상대로 추적조사한 결과 30% 가량에서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단절로 인한 우울증이나 트라우마로 인해 일상생활 복귀 힘들어질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자살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심리 상담에선 유가족이나 격리자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를 지지해주는 것만으로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다. 격리자의 경우 메르스를 극복한 사례를 알려줘 안심시키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옳은 일'이라고 격려하는 식이다.


기존에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던 격리자들 가운데는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오랜 격리생활로 밤낮 구분이 안되는데다,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잠을 못자게 되면서 생활리듬이 깨져 불면증과 우울증이 악순화되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제와 수면유도제 등의 약물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삼성병원의 간호사 1명이 메르스 확진환자로 최종 확인돼 감염자가 184명으로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또 7명이 추가로 퇴원해 확진자의 60%가량(109명)이 메르스를 극복했지만, 삼성병원에서 이틀연속 간호사들이 추가 감염되면서 불안한 진정세가 계속됐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