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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잉여 철학자 '강신주'

시계아이콘01분 01초 소요

철학자 강신주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이란 것은 곧 감염"이라며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한마디로 감염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광장을 덮을 만한 사건인데도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의 '사랑 없음'이 그 정도인 것"이라며 한탄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억눌러야 한다. 그러나 강신주 주장대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는 감수성을 가지면 무엇이 달라질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강신주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 정도의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월호를, 메르스를 막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 표현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옮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졌다면 메르스 확산을 막았으리라는 얘기다.


이 주장은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에서 나타난 대응을 떠올리게 한다. 사제들은 역병이 죄에 대한 심판이라며 모여서 기도할 것을 촉구했다. 교회는 흑사병을 나누는 장소가 됐다.

강신주는 또 메르스 확산의 핵심에 "의료 영리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 역시 돈의 논리에 충실했던 결과"라며 "자본의 속성은 원래 돈이 되는 일만 좇기 마련인데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공익을 위해 자본을 통제하는 것"인데 "신자유주의 정권은 그걸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는 초기에 방역에 실패하고 우왕좌왕한 정부 당국의 방심과 늑장, 무지와 무능력으로 인해 메르스가 확산됐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혀 다르다. 그럼 보건 당국의 초기 대응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감염돼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시스템일까.


한국 의료시스템은 신자유주의와 영리병원과는 거리가 멀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영리법인은 병원을 설립하지 못한다. 또 한국의 의료 서비스는 단일건강보험체계 속에서 통제된다.


메르스에 초점을 맞추면 이 질병의 전파는 건강보험이라는 제약 속에서 왜곡된 한국 병원의 '6인실'과 가족이 간병하는 관행,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의료전달체계 등이 빚어낸 합병증이다. 이와 비슷한 합병증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이런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


무지는 주장하는 게 아니다. 모르는 분야에는 침묵하고 전문가의 견해에 귀기울이는 게, 꼭 지식인이나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양식 있는 사람의 자세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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