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가 임명되자마자 적잖은 이들이 그에 대해 우려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듯하다. 세월호대책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된 것이 그 상징적 장면이었는데, 총리가 직접 이를 지시하거나 기획하거나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게 어떠한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돼 가고 있긴 하지만 신임 총리에 대한 임명 강행을 보면서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만 얘기하고 싶다. 즉 최소한 '법'을 좀 아는 이들이 장관이든 총리든 자리를 맡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임 총리에 대해서만큼은 최고의 법률 전문가인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100%의 진담으로 말하건대, 그의 과거 행태나 '법치'에 대한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그는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인 듯하다. 그것은 법을 많이 공부한 이들이 오히려 더욱 법을 잘 모르는 우리 사회의 큰 아이러니와도 겹치는 것인데, 많은 법 전문가들은 법의 조문을 문자로서 좀(혹은 많이) 알지는 모르지만 법의 정신, 법의 철학, 법을 운용하는 양식에 있어서는 매우 무지하다. 법 전문가들이 오히려 법을 죽이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임 총리를 비롯한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대학은 우리 유학을 계승한다는 자부를 갖고 있는 학교인데, 그 학교에서 유학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도 배웠다면 법의 정신이 원래 무엇인지, 왜 법(형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지, 법과 형벌로 통치하는 것이 왜 가장 낮은 수준의 정치인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우지 않았을까 싶은데 공부를 좋아하고 그래서 고시에까지 합격한 사람들이 그 공부는 좀 소홀히 한 게 아니었는지, 무척 아쉽다.
'공안(公安)'이라는 말도 그렇다. '공공'과 '안전'. 둘 다 좋은 말들이고, 그래서 공안이라는 말은 본래 비난받을 여지가 전혀 없다. 다만 신임 총리를 비롯해 많은 '공안 전문가'들은 최소한 내가 본 바로는 공공에 대해서나 (사회의) 안전에 대해서나 전문가인 것 같지가 않다.
이반 일리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법이든 공안이든 무엇의 존재가 오히려 그것의 부존재를 부르는 현상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법의 이름으로 법의 정신이 훼손되며, 공안의 이름으로 진짜 공안이 위협받고 있다. 진정으로 법을 잘 아는 사람, 진짜 공안전문가들이 고위 공직을 맡는 것을 좀 보고 싶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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