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000'의 작가 아무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신경숙씨의 표절 건에 대해 기사를 쓰셨기에 이처럼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 기사를 쓰자 독자 몇 분이 이메일을 보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표절돼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냈다며 앞으로 열릴 공판을 참관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작가는 이메일에 자신이 문학상에 응모한 원고를 심사위원이었던 기성 문인이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기성 문인이 쓴 작품은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게 된다. 그 작가는 "문학에서 표절이 심도 있게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메일을 드린다"고 담담하게 이메일을 끝맺었다.
또 다른 작가는 내게 전화를 걸어 신씨의 표절을 고발한 소설가 이응준이 앞으로 처할 상황을 걱정하고 한국문단의 비문학적인 행태를 비판하더니 자신이 당한 콘텐츠 도용 사례를 들려줬다.
갖가지 사례를 듣고 보니 '신씨의 행위는 그래도 덜 무겁지 않나'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신씨는 현재 독자를 놓고 자신과 경쟁하는 소설가의 작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단편 '전설'과 모티브, 구성, 등장인물의 성격이 비슷한 '우국(憂國)'을 쓴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는 1970년 자살했다. 신씨가 '엄마를 부탁해(2008년)'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2010년)'에서 그 일부를 베낀 것으로 보이는 '생의 한가운데'를 쓴 루이저 린저는 2002년에 91세의 노령으로 타계했다.
이번 논란으로 한국문단이 표절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투명하게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함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이보다 더 관심을 둬야 할 일은 표절로 인해 발생한 저작권 침해를 구제하는 작업이다. 저작권은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작품을 탄생시킨 창작자의 권리라는 점에서 존중해야 한다. 또 이를 보호하지 않고서는 문화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보호가 필수적이다.
저작권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 오히려 창작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나온 소설과 등장인물ㆍ사건이 비슷한 다른 작품을 지을 수 있는데, 그 여지가 막힐 우려가 있다. 그러나 표절이 만연한 한국문단에는 저작권법을 더 철저하게 집행해야 한다.
사족. 이 글이 신씨의 표절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신씨는 다른 작가의 소설을 조금씩 조심스럽게 활용했을지 모른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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