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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시대의 종말인가?…핀테크 ‘금융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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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출, 이체, 은행업에 혁명적 변화 예상…각 분야 주도하는 인물들 인터뷰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빅뱅은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을 뜻한다. 이 표현은 대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나 변화를 가리킬 때도 쓰인다. 1986년 영국에서 실시된 증권제도 개혁을 빅뱅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추진된 1996년 금융제도 개혁은 일본판 빅뱅이라고 불렸다.


영국과 일본의 빅뱅은 내부에서 제도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었다. 더 큰 변화는 대개 밖에서 불어닥친다. 현재 세계 금융산업에는 두 빅뱅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큰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핀테크라는 물결이다. 핀테크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술이다. ‘금융의’(financial)와 ‘기술’(technique)이 합성된 신조어다. 대출, 결제, 송금 등 기존 금융 업무가 IT와 만나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금융평론가인 브렛 킹이 지난해 써낸 이 책은 핀테크의 여러 양상을, 이를 주도하는 인물들과 업계 컨설턴트들로부터 직접 들어 전한다. 일차적으로는 금융산업과 핀테크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미래와 직결된 이야기들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낯설기 만한 핀테크에 친숙해지고 이를 십분 활용하는 데 길잡이로 삼을 수 있다.


◆P2P 대출중개 급성장= 인터넷에 사이버 창구를 열어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주는 개인 대 개인(P2Pㆍpeer-to-peer) 대출중개 사이트가 급성장하고 있다.

본점도 지점도 없어 비용이 적게 드는 P2P 대출중개 회사는 은행보다 유리한 금리를 제공한다. 대출 받는 사람에게는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받고 돈을 놓는 쪽에는 금리를 더 얹어준다. 은행에 비해 예대마진을 대폭 줄여 이를 양측에 나눠주는 셈이다.


P2P 대출중개 방식은 인터넷 직거래와 비슷하다. 대출 신청자는 회원으로 가입한 뒤 증빙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한다. 신청자는 빌리고자 하는 금액과 이자율, 상환기간 등을 제시한다. 대출중개업체는 이를 사이트에 게시한다. 대출해주는 사람은 여러 대출신청 건수 가운데 골라서 돈을 빌려준다. 중개업체는 상환되는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저자는 “P2P 대출은 현재 영국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소매대출시장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중은 높지 않지만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조파(Zopa)를 비롯한 영국의 P2P 대출중개업체의 “최근 2개월 동안 대출 증가율이 6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영국 P2P 대출액은 현재 4억파운드(약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미국 중개업체 렌딩클럽의 총 대출액은 현재 30억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2013년 1월에 기록한 12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기존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빌려가면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기존 금융권보다 많고, 그래서 연체율이 높지 않을까. 저자는 “렌딩클럽의 현재 포트폴리오는 3%라는 인상적인 연체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장을 기준으로 할 때 지극히 경쟁력 있는 수치”라고 밝혔다. 2013년 미국의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2.3%였고 신용카드 연체율은 3.8%였다. 조파의 연체율은 더 낮아 0.5%에 불과했다. 이는 영국 정상급 은행 연체율의 절반 수준이다.


◆비트코인의 강점은 이체= 저자는 비트코인이 세계 100대 통화의 반열에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3년 11월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20억달러가 넘고 세계 가상통화 가운데 단연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인물 또는 집단이 ‘최초의 탈중앙집권적 디지털 화폐’를 목표로 2009년에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고도의 수학적 암호를 풀면 50비트코인이 이체되는 이른바 채굴(mine) 과정을 통해 발행된다.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데에는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된다. 비밀리에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 거래자들은 비트코인을 선호한다. 이는 반대로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경계하고 예의 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비트코인이 논란을 넘어서 화폐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물리적인 돈’이 없어지는 추세에서 비트코인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보다는 저자가 인터뷰한 존 마토니스 비트코인재단 대표가 이 가상화폐의 강점을 잘 이해하는 듯하다. 마토니스 대표는 비트코인을 통한 자금이체가 매우 효율적이고 순조롭다고 강조한다. 그를 대신해 설명하면 비트코인은 가상의 카지노 칩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현금 1000달러를 지구 반대편 누군가에게 보내려면 우선 시점을 정한다. 그 시점에 나는 1000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보내고, 상대편은 비트코인을 받자마자 달러로 환전한다. 이렇게 하면 비트코인 가치가 등락해 안정적인 결제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업계 독자 겨냥, 덜 친절= 저자는 이와 함께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에서 금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의 소셜미디어화’를 다룬다. 또 현재 금융 소비자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르고 이들은 은행에서 멀어졌다며 ‘금융은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지’ 논한다. 또 ‘네오 뱅크의 시대’가 왔으며 ‘미래 금융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내다본다. 이는 일반 독자보다는 금융과 핀테크 종사자들의 눈길을 끌 내용이다.


이 책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일반 독자에게는 친절하지 않다. 각계 인터뷰를 문답으로 전한다. 배경과 사실을 설명하는 '지문'도 없다. 저자에 비해 핀테크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한테는 아쉬운 부분이다.


핀테크 전쟁
브렛 킹 지음ㆍ이미숙 옮김
예문 펴냄
407쪽ㆍ1만5000원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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