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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7등급도 은행 간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4초

기업은행, 대출상품 곧 출시…하나·외국계 은행도 긍정적 검토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구채은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한 은행에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놀랐다. 부모님 병원비로 급한 돈이 필요해 10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신용등급을 조회한 결과 '7등급'이란 의외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집 근처 저축은행에서 25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지만 대출 이자를 연체한 적이 없고 현금서비스를 받은 이력도 없었다. 김씨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연봉도 4500만원 정도 돼 보통 수준의 신용등급이 나올 것으로 여겼다"며 "7등급은 일반 은행의 대출이 어렵다고 해 저축은행으로 가야하는데, 그러면 또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이 김씨처럼 제2금융권에서 급전을 빌려왔던 6~7등급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했던 중저 신용등급자들이 혜택을 보게 됐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준비하면서 7등급에 대한 은행 문턱이 대폭 낮아지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중저 신용등급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상품을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시 시기와 금리 등을 최종 조율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6~7등급 신용등급자들을 은행으로 유인하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저 신용등급자에게는 은행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고 은행은 소비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외에도 하나은행도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 역시 중금리 대출 상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은행들이 중저 신용등급자들을 겨냥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것은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통상 1~10등급 중 1~5등급에게만 연 6% 이하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왔다. 6등급 이후 중저신용자의 경우 부실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대출을 기피해왔다. 실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저신용 중금리상품 '셀렉트론' 판매 후 연체율이 확대돼 건전성 악화에 시달린 바 있다. 최근 은행들이 개인 대출 노하우가 풍부한 보험ㆍ캐피탈 업계와 손잡고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이같은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보험ㆍ캐피탈업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돈을 얼마나 빌려줘야 할지, 부실이 어느 정도 발생할지 등에 대한 리스크 설계를 공동으로 해 대출 미상환에 대한 리스크를 낮추면서 중금리 대출을 안정적으로 늘리겠다는 게 시중은행의 전략이다.


7등급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상품 전략은 '금리단층'을 해소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도 맞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달 초 금융지주회사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중금리대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중ㆍ저신용자들도 은행에서 중금리대출을 받게 되면 금리혜택뿐 아니라 신용등급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개인 신용등급은 나이스평가정보(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평가하는데 1~10등급으로 구분된다. 통상 1~4등급 고신용, 5~6등급 중신용, 7~10등급은 저신용으로 통칭한다. 지난 3월말 현재 고신용은 전체 가계신용활동인구(4368만명ㆍNICE 기준)의 60.5%인 2600만명, 중신용은 1200만명(27.7%), 저신용은 515만명(11.8%)이다.


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보다 저렴한 조달비용을 기반으로 돈을 제대로 갚을 수 있는 소비자를 찾아낸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저신용자들도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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