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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좌초된 수익공유형 모기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1초

건설부동산부 김민진 기자


"시장 여건이 변해서 촉매제가 필요하다면 이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어요. 시행하고 싶었지만 관계부처와 전문가 의견을 감안해서 물러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은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국토부는 16일 '수익공유형 은행대출(모기지)' 시범사업을 잠정 연기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상품은 1% 안팎의 초저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다는 데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아파트(전용면적 102㎡ 이하)까지도 대출 대상이었다. 소득 제한도 없었다. 무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데 동의하면 신청이 가능했다.

대출받고 8년째부터 시중 주택담보대출 수준으로 금리가 바뀌고, 대출 기간 내에 집을 팔아 수익이 생기면 그 수익을 은행과 나눠야한다는 정도가 유일한 제약 조건이었다.


국토부는 스무장짜리 보도자료로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혁신적이라며 자화자찬했던 바로 그 상품이다. 그러다 이번엔 석장짜리 자료를 내며 '없었던 일'로 만들었다. 올 3~4월께 우리은행을 통해 실시하기로 한 시범사업은 시작도 못한 것이다. 넉달 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올 들어 주택 매매거래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낮췄다.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섰다. 수도권에만 주택담보대출은 30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요인이 잠정 연기를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잠정 연기'가 '폐기'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국민은 많지 않다. 정부의 발표를 믿고 이 상품을 기다리던 국민들은 먼 산을 쳐다보게 됐다.


국토부의 항변대로 시장 변화를 모두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나라의 주택정책이 불과 몇 개월 후도 내다보지 못한다면, 그건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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