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하청기업에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하는 원청기업을 대상으로 7% 상당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또 협력사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에 나선 기업에 대해서도 최대 1억원 한도로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부문 구조개혁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노사정 대화 재개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개혁 1단계로, 세대간 상생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 및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는 한편, 원청의 하청기업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노사현장의 갈등을 조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이 최종 결렬된 이후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1차 방안은 청장년 상생고용, 원ㆍ하청 상생협력, 정규ㆍ비정규직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하청 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성과공유모델을 개발하고, 원청기업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해 하청기업에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할 경우 출연금의 7%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줄 계획이다.
또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사회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원청기업이 협력업체 근로자의 복지사업을 수행하거나 협력업체 기금에 출연할 경우 최대 1억원 한도에서 매칭형태로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올해 예산은 50억원 상당이다. 해당 출연금은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대상에서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간제, 하도급, 특수형태 등 고용형태별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사정 대타협 결렬의 배경이 됐던 취업규칙 기준 명확화 등은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 등을 통해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조선ㆍ금융ㆍ제약ㆍ자동차ㆍ도소매 6개 업종에 우선적으로 모델을 개발, 적용한다.
이는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결렬에 따른 '노동개혁 실패' 꼬리표를 떼고 재차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4대 구조개혁이 모두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집권 3년차'인 박근혜정부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특히 정부는 "사회적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비록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은 결렬됐으나, 노동개혁은 진행중이며 사회적 대화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개혁이 표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의식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임무송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노동시장이 개혁돼야 청년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되고, 중장년 고용이 안정되며, 고용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프레임은 아니다.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3월 현재 비정규직 규모는 60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1000명 늘었다.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뒀을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4.6에 그치는 등 간극도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8~9월 중 2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 등 대타협 결렬의 주요 이유가 됐던 내용이 다수 포함된 만큼 노정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타협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대타협 논의결과를 토대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일방적 강행"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한 영향과 가뭄 피해 등을 감안해 추가적인 경기보완 방안을 6월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지역사회 전파는 없다"며 "국민들은 검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에 정상적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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