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강하면 염증에 과도 반응 장기 손상…건강했던 30대 환자 호전되지 않아 의심
비교적 젊은 나이인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38)와 119번 환자(평택경찰서 경사·35)의 상태가 개선되지 않자 면역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폭풍’일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감염에 따른 증상을 설명하며 “건강한 사람은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아니면 메르스에 감염돼도 독감 정도로 앓다가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와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35)는 모두 30대로 비교적 건강했었지만 메르스 감염 이후 16일 현재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또 기존에 병이 없었던 51번 환자(72)와 81번 환자(62)가 사망하면서 보건 당국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해졌다.
사이토카인은 면역 반응으로 염증이 생기는 과정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이 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관지 세포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면 신호를 받은 면역세포가 감염 부위로 이동하고 도착한 면역세포도 사이토카인을 내놓는다. 이로 인해 염증이 심각해져 폐의 허파꽈리가 망가지게 된다. 또 폐뿐 아니라 신장 등 다른 장기도 손상된다.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른다. 이 과정이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메르스뿐 아니라 모든 감염질환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의 역설은 젊고 건강한 사람한테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면역체계가 강한 젊은층은 오히려 이 때문에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페인 독감이 5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요인 중 하나도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추정된다. 당시 20~30대 젊은이들이 스페인 독감 감염 이후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보이며 집중적으로 희생됐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1500만 명보다 세 배 넘는 사람이 숨졌다. 이 독감은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지 않아 전시 보도검열이 이뤄지지 않은 스페인에서 상세하게 보도됐다고 해서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렸다.
이와 관련해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언론매체를 통해 “아직 메르스가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젊은 사람에게 자주 일어나는 사이토카인 폭풍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브리핑에서 사망한 51번ㆍ81번 두 환자와 관련해 “임상기록 등을 통해 어떤 부분이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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