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일 대우인터 사장, 결국 자진 사퇴…잔불은 남아(종합)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반대해 포스코 그룹 수뇌부와 마찰을 빚은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16일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얀마 가스전 항명사태'로 촉발된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 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는 모양새다.

전병일 사장은 이날 대우인터내셔널 임시 이사회에 참석해 "제가 이 자리를 물러나는 용단이 조속한 사태 수습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회사 안팎으로 가중돼가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두고 전 사장의 해임과 사퇴 거부, 해임 번복 등 내홍을 겪었다. 갈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포스코는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 좌천, 홍보 임원 경질까지 단행했지만 갈등을 봉합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사태의 발단이 된 미얀마 가스전 분할 및 매각 검토는 이제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정리가 됐음에도 외부에서는 아직도 항명, 내분, 해임 등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그간의 고민을 토로했다.

전 사장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그룹과 회사, 임직원 및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장 대승적인 방향이라고 판단한다"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전 임직원이 합심해 그룹과 회사의 융합이 한층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사장이 물러난 자리는 당분간 최정우 부사장이 채운다. 최 부사장은 대표이사 정식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전까지 직무 대행을 맡기로 했다.

포스코 임원에 이어 대우인터내셔널의 수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 간 표면적인 갈등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잔불은 남아 있다. 대조적인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갈등의 뿌리는 해소되기 보다 깊어진 양상이다. 포스코의 관료 중심주의는 더욱 고착화됐고 대우인터내셔널의 '대우맨'이라는 정체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권오준 회장의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은 크게 실추됐다. 자진 사퇴한 전 사장의 후임 인선에도 더욱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의 동요를 잠재우면서도 포스코 그룹과의 관계에서 무리가 없는 인물을 선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내부 인물을 선임하는 것도 포스코 출신을 내려보내는 것도 모두 어려운 선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