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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엘리엇, 모직·물산 합병 직전 조용히 주식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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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보유 지분 4.95% 평균 매입가 5만원선, 엘리엇 이미 2천억원대 수익 추정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치밀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제동을 건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한 시점은 올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 합병과 관련한 루머가 돌던 시점부터 지분을 조금씩 매입해 합병 발표 직전까지 지분 4.95%를 확보한 뒤 지난 3일 추가로 삼성물산 지분 2.17%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 루머가 돌던 시점부터 엘리엇이 지분을 사 모았다는 점, 합병 발표 직후 시세 추이를 살피다 지난 3일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참여 의사를 밝히며 이슈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엘리엇이 철저하게 3세 승계 과정이 진행중인 삼성그룹을 타깃으로 한 모종의 프로젝트를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엘리엇의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에 삼성물산은 물론 삼성그룹도 이 같은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올해 들어 삼성물산 지분 집중 매입= 5일 삼성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엘리엇이 미리 확보해 뒀던 지분 4.95%는 올해 합병 발표 직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연말 기준 주주명부에서는 엘리엇과 관련된 지분 현황이 전혀 파악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삼성그룹은 합병 과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엘리엇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조차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엘리엇과 관련된 지분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합병 과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엘리엇이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분주한 삼성그룹과 삼성물산…"엘리엇 동향 미처 몰랐다"= 삼성그룹과 삼성물산은 합병 비율을 문제 삼으며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엘리엇의 진위 파악에 나섰다.


헤지펀드 속성상 결국 시세차익을 노린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 놓으면서도 엘리엇의 지분 매입 발표 직후 외국계 창구를 통한 매수세가 급증해 1%포인트 이상 외국계 지분 비중이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엘리엇의 개입 여부를 미리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이번 합병을 꼭 성사시켜야 하는 만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말해줬듯이 시너지는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4일 외국계 지분 비중이 1%포인트 가까이 늘었는데 아직 엘리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엘리엇의 추가 지분 매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외국계 주주들이 합병비율과 관련해 합병 발표 초기부터 불만을 가져온 만큼 엘리엇에 동조할지 여부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삼성물산은 지난 4일부터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관과 외국계 주요 주주들을 만나 합병 이후의 시너지 효과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엘리엇 지분 평균 매입가 5만5천원대 추정, 이미 2천억원대 수익= 엘리엇은 최근 매입한 지분 2.17%의 평균 매입가가 6만3500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시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엘리엇은 이전 보유 지분 4.95%의 평균 매입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기상으로 볼 때 5만5000원 정도로 추정된다. 5일 현재 삼성물산의 주가는 7만5000원으로 엘리엇은 지금까지 20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가를 한동안 끌어올린 뒤 결국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고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엘리엇이 이번 합병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합병비율을 명분으로 챙긴 만큼 오는 7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외국계 주주들이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 놓을 수도 있다.


재계는 이번 삼성그룹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에 나선 엘리엇의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이후 국내 주요 기업 대다수가 승계와 지배구조 개혁 등에 적극 나서며 취약한 지배구조가 외국계 벌쳐 펀드들에게 노출되다 보니 제2, 제3의 엘리엇이 국내 기업들을 공격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 상당수가 지배구조 개혁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의 공격을 받을 수가 있다"면서 "결국 이들 자본의 목적은 오로지 수익을 거두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국부의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해 외국계 자본의 무차별한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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