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청와대의 오만과 월권이 도가 지나쳤다"
조해진 "법령의 충돌시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국회가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정부가 만든 시행령이 법률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비판하자,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반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3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행령 파동을 보면서 청와대의 오만과 월권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라며 "삼권분립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법과 시행령의 충돌에 따른 최종해결은 사법부(대법원)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부는 집행기관으로서 법의 의도에 충실하게 시행령을 만들어야 합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국회를 힘겨루기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배는 산으로 갑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대한민국 각계각층 국민 대표가 모인 곳이라 다양한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전개돼야 하는 곳"이라며 "청와대는 국회를 과거 군사정권처럼 거수기노릇 하던 곳으로 생각해선 곤란합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 "청와대의 시행령 월권주장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저급한 억지전략"이라며 "특히 걱정은 법무부까지 청와대편을 들고 나섰다는 겁니다. 황교안의 법무부가 국민의 법무부가 아니라 대통령 가려운 곳 긁어주는 법무부였기에 총리 황교안의 미래가 암울한 것입니다"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전날 "대통령이 헌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면서 "헌법공부를 좀 하셔야겠다"고 청와대의 반응을 맞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을 지키고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면서 "지금까지 권력 분립의 균형이 깨져 있는 것, 점점 더 깨져가고 있는 것을 복원할 수 있는 마지막 탈출구라 생각하고 만든 법"이라고 강조했다.
여당도 청와대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청와대와 당내 일각에서 '삼권분립 위배'나 '위헌 소지'라는 표현을 동원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법 개정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논리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시행령 수정 요구는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가능한 만큼 당리당략적 요소는 배제된 채 순수한 법령의 충돌 문제를 해소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면 이는 해당 시행령에 실제로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회가 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수석부대표는 개정 전 국회법도 시행령에 문제가 있으면 국회가 이를 정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통보'와 '수정 요구'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이번 법 개정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거나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의 경우 불합리한 시행령 수정 요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여당은 보고 있다.
한편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29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법률 집행을 위한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는 듯한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 시행령 권한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 권한이 사실상 마비될 우려가 크다"며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