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한 상속세 제도가 실제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상속 받아도 상속세를 면제 받는 경우가 19.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를 낸다 하더라도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 경우 실효세율은 2.5%에 불과하며 5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0.8% 수준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2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상속 건수 3926건 가운데 749건의 경우 상속세를 면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국세통계연보 상속세 결정현황을 분석한 이 자료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10억원 이상 50억원 이하의 경우 전체 상속건수 3623건 가운데 740건의 경우 상속세가 면제받았다. 50억원 이상 100억원 이하를 상속 받더라도 9건의 경우 상속세를 면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를 낸다 하더라도 세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을 기준으로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인 경우 실효 세율은 2.5%에 불과했으며, 상속재산이 10~50억원인 경우에도 실효세율은 8.2%으로 나타났다. 100~500억원을 상속받더라도 실효세율은 27.4%, 상속재산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실효세율은 30.8%에 그쳤다. 현행 상속법은 최고세율을 50%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세부담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상속세를 면제 받거나 상속세를 내더라도 세부담이 크지 않은 이유는 상속재산에 대한 공제 때문이다. 현재 상속세에는 기초공제(2억원), 영농공제(5억원), 가업상속공제(최대 500억원), 배우자공제(최대 30억원), 일괄공제(5억원), 동거주택공제(최대 5억원), 금융재산상속공제(최대 2억원) 등 다양한 종류의 상속공제 제도가 있다.
박 의원은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정상과세야말로 공평과세의 첫걸음"이라며 "상속세 면세 축소와 실효세율의 현실화를 위해 상속공제의 대대적인 정비와 상속세 최저한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고액상속의 경우에도 면세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상속세 면세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상속세를 실제 내는 사례는 2%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속건수 145만9846건 가운데 2만7083건(1.9%)의 경우에만 상속세를 냈으며 나머지 98.1%는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속세 과세 비율이 낮은 것은 상당수 상속재산이 1억원 미만의 소액상속이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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