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디지털화가 '핀테크'…정부가 시장진입 도우미돼야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핀테크 시대는 기존의 종이화폐가 디지털로 변하는 변곡점이다." (매튜 리 페이팔 아시아 대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시코 니란드 이노페이 대표)
"당국의 규제는 새로운 핀테크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계속 바뀌어야 한다." (샹카 나라야난 패스타캐시 공동창업자)
글로벌 핀테크 전문가들은 핀테크 산업이 이제 걸음마 단계에 진입했다며 향후 성장성을 자신했다. 특히 전세계 중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협조도 조언했다.
21일 아시아경제신문ㆍ아시아경제TV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아시아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매튜 리 대표는 "지불 산업은 지난 50년간 겪은 변화보다 앞으로 5년간의 변화 폭이 더 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페이팔은 가입자 수 1억600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핀테크 공룡이다. 매일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페이팔을 통해 결제된다.
그는 특히 아시아 시장을 주목했다. 현금 미국이나 유럽보다 현금 사용이 많은 아시아에서 핀테크 산업이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핀테크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아시아에서 효과적일 것"이라며 "화폐가 디지털화하며 고객들의 일상은 크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매튜 리가 진단한 올해 핀테크 시장의 화두는 '끊김 없는 서비스의 제공(seamless experience)'이다. 그는 "고객들은 보다 편리하고 간단한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라도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한다"라며 "이런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핀테크의 모바일 플랫폼을 언급했다. 모바일 개발자들은 대부분 우선 iOS로 플랫폼 개발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4.4%는 안드로이드로 구성된 점을 언급하면서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iOS와 안드로이드를 포함한) 모든 고객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iOS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매튜 리는 핀테크를 보다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업체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업체와 손 잡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의 오픈마켓인 엣지(Etsy)의 경우 페이팔과 핀터레스트(Pinterest)와 협업하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엣지는 모바일형 아마존이다. 사용자들은 핀터레스트의 핀잇(Pin it) 버튼을 통해 구매품을 결정하고, 페이팔로 결제한다. 두 가지 업체의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매튜 리는 핀테크 업체들이 시작부터 국내에 머물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사용자들은 국내든 해외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익숙한 스마트폰 유저들은 핀테크 역시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핀테크 역시 전세계 어디서라도 끊김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팔은 전세계 100여개 통화로 결제를 할 수 있고, 해외 매출액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 진출 이야기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두번째 연사인 시코 니란드 대표가 일하는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영국 다음으로 핀테크가 활성화된 나라로 꼽힌다. 그만큼 그는 정부 차원의 핀테크 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결제와 송금, 비트코인, 보안 등 핀테크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현재까지 250개가 넘는 핀테크 회사가 출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핀테크 발전을 위해서는 풍부한 금융 전문가와 시간, 그리고 자금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신속하게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끔 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세번째 연사인 샹카 나라야난 패스타캐시 창업자 역시 정부의 역할을 언급했다. 패스타캐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송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핀테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 환경, 핀테크 환경, 효율적인 기술이용 등 3가지가 중요하다"라며 "특히 규제는 새로운 사업모델인 핀테크를 잘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