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일반인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가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탄도미사일 대기권 밖으로 날려보내고 적진을 초토화시키는 필수연료인 고체연료가 에어벡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연료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에어백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미 해군 소속의 어뢰개발 엔지니어 존 헤트릭이다. 그는 가족들과 여행에서 차 사고를 겪는다. 당시 존 헤트릭은 어린 딸의 얼굴이 대시보드와 부딪혀 다칠 뻔한 것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이를 계기로 에어백을 개발하게 된다. 에어백을 처음으로 적용한 외국차는 GM사다. 1973년 쉬보레 자동차에 첫 적용됐다. 이후 일반인들에 판매된 오즈모비 토로나도 74년형에 장착하면서 보급시켰다. 국내차는 현대자동차에서 1994년 뉴그랜저 차종에 처음 소개됐다.
에어백의 생명은 반응속도다. 0.03~0.05초 사이에 작동돼 자동차가 외부 충돌 시 승객을 완벽하게 보호해야 한다. 이 짧은 시간에 에어백이 터지려면 빠른 반응속도, 빠른 가스방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용된 것이 바로 로켓추진기술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질소를 만들어내는 에어백 가스발생장치에 제격인 셈이다. 에어백 가스발생장치는 고체 로켓과 동일하게 착화기, 점화기, 고체연료, 연소실, 노즐로 구성된다. 로켓에 사용되는 추진기술과 유사하다.
자동차는 충격을 감지하면 착화기에 전기신호를 보낸다. 전기신호로 발열선이 가열되고 화약도 폭발한다. 이때 착화기는 0.005초 이내에 고온고압의 가스를 방출한다. 에어백 가스발생장치에 사용되는 고체연료는 0.05초 이내에 모두 폭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체연료도 특색을 갖추고 있다. 고체연료는 마치 알약과 같은 형상이지만 중간 중간에 구멍을 뚫어 연소면적을 넓게 만들었다. 마치 재래식 연탄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서 연소면적을 넓히고 화력을 높인 것과 같은 원리다. 에어백의 크기에 따라 고체연료의 갯수와 구멍개수도 조절이 가능하다.
고체연료가 폭발하면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식히기 위해 필터가 사용된다. 필터를 통해 냉각된 가스가 노즐을 통해 공기주머니로 보내지면 에어백이 부풀게 된다. 이 원리도 로켓 추진기관에서 노즐을 통해 분출된 가스에 의해 추진력을 얻는 기술을 응용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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