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급증으로 모듈사업 베트남·중국 이전
국내 생산라인 잇단 철수 충격
20일 복수의 삼성그룹 및 전자계열사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천안을 비롯해 국내서 진행하던 디스플레이 모듈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현지의 모듈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 맞춰 국내 사업을 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오픈셀 형태(패널만 공급하는 방식)로 제품을 공급 받은 뒤 해외 현지 모듈 공장에서 나머지 공정을 마무리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전체 매출 비중 대부분이 오픈셀인 만큼 인건비 비중이 높은 모듈 공정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공정은 셀(cell)과 모듈(module)로 나뉘는데 삼성이 이번에 해외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모듈공정이다. 디스플레이 공정 중 모듈 공정만 베트남 등지로 옮기는 것은 셀 공정이 대부분 자동화돼 있지만 모듈 공정은 수작업이 많아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모듈은 조립에 가깝다. 완성된 패널에 편광판과 구동칩, PCB, 백라이트 등을 차례로 조립한다.
국내서 모듈 작업을 진행하던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듈 공정 역시 자동화하려 했지만 장비 개발이 어렵고 수작업보다 효과가 높지 않아 중단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과거 모듈 형태로 완제품을 공급 받던 고객사들이 오픈셀 형태의 공급을 늘린 것도 국내 모듈 사업 철수 검토의 주원인 중 하나다. 원가 절감을 위해 모듈 작업을 직접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서 모듈 생산라인을 철수하는 대신 지난해 1조원 규모를 투자해 건립 중인 베트남 공장과 중국 둥관에 위치한 모듈 공장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건비면에서 유리한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디스플레이 모듈을 주로 생산하던 중견업체 디아이디의 대주주가 영업 정지를 결정하는 등 디스플레이 모듈 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사례에서 보듯 인건비 비중이 높은 구 제조업의 경우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으로 옮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원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