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도입…국회 벽 넘어 성공할까

인터넷은행 산업자본 지분 30%로 확대 검토

임종룡 금융위원장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은산분리 완화, 비대면 실명확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오는 6월 중으로 인터넷은행 설립 관련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 축사를 통해 "이번이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한 마지막 시도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해서는 현행 은산분리법 완화가 필수다. 현재 은행법은 비금융사의 은행 지분 보유를 4%로 제한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려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설립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최대 30%가량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오는 6월 중 정부입법안을 마련하면 이르면 하반기 국회 논의가 가능하다. 관건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 여부다.

비금융주력자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ICT기업 외에 전통 산업자본에도 은행 문호를 개방하는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비금융주력자의 정의를 어떻게 개편할지의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면서 "특정한 안을 두고 논의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변수는 비대면 실명확인 도입 여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 없이 업무 대부분을 현금입출금기(ATM)나 인터넷뱅킹 같은 전자매체를 활용해 영위하는 은행이다.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금융실명법 상의 실명 확인을 허용하는 비대면 실명확인이 필수다.

한국의 금융실명법은 실명 확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를 대면으로 하라는 명시적 규정은 없고 유권해석상으로만 대면거래 원칙이 확립돼 있다. 법이 아니라 법을 해석하는 문제인 셈이다.

임 위원장은 "비대면 실명 확인은 모든 금융회사에 공통 적용되는 사안으로 이른 시일 내에 개정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이르면 내달부터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2002년과 2008년의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시도가 실패한 점을 거론하며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적기이자 호기다. 인터넷은행이 최대한 빨리 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