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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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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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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다. 다음 중 최고의 거짓말은? ①"앞으로 이 회사에서 뼈를 묻겠습니다"고 더듬거리는 신입사원의 취중 웅변. ②"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할 거야" 하는 남편(또는 아내)의 속삭임. ③"에~ 또 우리 회사는 직원을 가족같이…"로 시작하는 사장님의 일장연설. ④"대한민국 최고의 맛집"이라는 인터넷 추천글.


답이 헷갈린다면 이것은 어떤가. 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정치인들의 레퍼토리. 과연 ①~④가 '어서 옵쇼, 형님' 하고 무릎을 꿇게 되는 거짓말의 절대지존이지 않는가.

마르틴 루터는 "거짓말은 눈덩이와 같다"고 경계했지만 범인(凡人)들은 살아가면서 '착한 거짓말'을 종종 한다. 우울해 보이는 여자 동료에게 "어, 살 빠졌네" 한 마디 툭 던지거나(절대 진지하게 말해서는 약발이 떨어진다), 가뭄 짙은 머리에 인위적 풍작의 결실을 맺은(우리는 이를 '가발'이라고 부른다) 선배에게 '주윤발' 닮았다며 반색하거나, 실수가 잦은 후배에게 "괜찮아, 조금 더 분발하면 돼"라고 격려하거나.


지극히 이타적인 이런 착한 거짓말(때론 사실도 있다)이라면 마땅히 맞장구를 쳐줘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본분이다. 하지만 사회를 좀먹는 나쁜 거짓말이라면? 나쁜 거짓말로 인해 세상이 부패해진다면?

'성완종 판도라 상자'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목숨을 끊으면서 터트린 비리폭로의 의혹을 받는 국무총리가 역시 '목숨'으로 맞서는 모습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판도라 상자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나는 모르는 일이다"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 "황당한 소설이다"고 항변하지만 국민들은 눈에서 쌍심지가 돋는다.


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으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저들 중 누군가는 '인지부조화'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를 속이고 마침내 거짓을 사실로 확신해버리고 마는 유체이탈의 정신구조 말이다.


진실을 갈구하는 의혹의 한복판에서,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하는 것도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는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수천 수만 번 가슴을 쥐어짜지만 기어코 1년 전 그날이 오고 말았다. 그래, 이것이야말로 거짓말이었어야 했는데, 이런 악몽이라면 얼마든지 화들짝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을 텐데, 슬픔이 전국을 덮는다. 그러니 오늘 만큼은 세상의 모든 나쁜 거짓말들이 침묵해야 한다. 고해성사라도 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실존적인 세월호 앞에서.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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