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업무 외 시간에 끊임없이 e메일을 체크하는 것은 생산성 하락과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근로자가 삶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업체 워크플레이스 옵션스의 최근 조사 결과 미국인 근로자 가운데 59%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로 업무 외 시간에도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워크플레이스의 딘 데브넘 최고경영자(CEO)는 정기적으로 e메일을 체크하는 게 "개인의 버릇일 수도,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조사 결과 근로자 가운데 80%는 업무 외 시간에도 스마트폰, 태블릿 PC, 랩톱 PC로 일할 수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업무의 연장이다. 업무 외 시간에 외부에서 모바일 기기로 e메일을 자주 체크한다고 답한 근로자는 36%다. 이들은 이따금 체크하는 근로자들보다 1주 10시간 일에 더 매달리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근로자, 그 중에서도 남성 근로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X세대(1960년대 초~1980년대 초 태어난 이들)와 Y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 근로자의 40%, 베이비 부머 세대(1946년~1965년 태어난 이들)의 33%, 남성 근로자의 40%, 여성 근로자의 31%가 업무 외 시간에 자주 e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이 많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e메일을 자주 들여다본다. 대졸 이상 학력으로 연봉 12만달러(약 1조3120만원)가 넘는 근로자는 가방끈이 상대적으로 짧고 연봉 4800달러 이하인 근로자보다 배나 자주 e메일을 체크한다.
그러나 e메일을 자주 체크하는 근로자일수록 육체적ㆍ정신적 건강이 나빠지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굿 테크놀로지가 근로자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 중 68%는 오전 8시 이전 업무용 e메일을 열어본다. 50%는 침대에서, 57%는 가족과 외출한 자리에서, 38%는 저녁 식사 중 e메일을 체크한다.
데브넘 CEO는 "업무 외 시간에 e메일을 체크하고 답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지 '국제 시간생물학'에 최근 실린 연구결과는 집에서 e메일을 들여다보거나 주말에 상사로부터 전화 받는 근로자들의 경우 스트레스, 위장ㆍ심혈관계 문제로 고통 받을 수 있다.
데브넘 CEO는 "중요한 일이 아니면 업무 외 시간에 e메일 체크를 삼가는 게 좋다"며 "업무상 늘 그럴 수밖에 없다면 전직까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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