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아(40)전 대한항공 부사장측이 검찰 기소 혐의 가운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양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혐의를 인정하는 한편 가장 큰 쟁점인 항로변경죄 공방에 집중해 집행유예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1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심리로 열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측 변호인은 "항공기내 소란이 지나쳤다는 원심 판단을 겸허히 받아 들여 업무 방해죄와 강요죄에 대한 무죄 주장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조 전 변호인 측은 "다만 항로 변경죄 성립여부에 대해 법리 오해 등 사실 확인에 대한 판단을 받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사건이 발생한 곳이 '항로'가 아니며 ▲이 기장에게 위력을 행사한 점이 없고 ▲17미터 후진을 항로 변경으로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은 '램프리턴' 사실도 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가 항로의 개념을 확대 해석해 죄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모두 1심에서 주장했으나 받아 들여 지지 않은 주장들이다.
항공변경죄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과 더불어 죄를 뉘우친다는 점은 최대한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피고인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드리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뉘우치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항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측은 또 "피고인이 여론을 통해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을 받고 수감생활로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라며 "(조 전 부사장이) 역지사지의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서 무죄 판결이 난 수사 무마 시도 혐의를 지적하는 한편 양형이 낮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한항공의 의지 외에는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술 조작이 이뤄진 것은 조 전 부사장 측의 무마시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조 전 부사장 측이 사과를 했으나 사건의 책임이 승무원에게 있고 자기는 부사장으로서 정당한 업무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1심 진술을 비춰볼 때 진정 반성하는 지 알 수 없다"며 "원심의 선고형이 가볍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녹색 수의를 입은 조 전 부사장은 재판 시작 시간인 오후 3시30분 머리를 땋고 안경을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조 전 부사장은 정면을 응시한 채 검찰과 변호인의 항소 취지를 듣다가 나갈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굳게 다문 채 이동했다.
이날 재판에는 내외신 기자 40여명을 포함한 수십여명의 방청객들이 모여 들었다. 재판이 열린 법정이 좁아 재판부가 더 큰 법정으로 재판정을 바꾸기도 했다.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인 다음 재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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