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벌써 우리나라가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지 10일째가 됐네요. 지난 10일간 금융부 기자로서 최대 고충은 재테크 상담이었습니다. "1%대 예·적금이라도 넣어야 하냐", "정말 수익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상품은 없느냐" 등 답변하기 힘든 난감한 질문에 "이젠 투자를 할 때라잖아. 음 투자상품은…. 사실, 잘 모르겠다"며 얼버무린 게 한 두번이 아니었죠.
그런데 이런 고민은 은행장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식사 자리서 만난 한 시중은행장은 "20여년 전만 해도 시중금리가 20%였는데 1%대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사실 은행장들도 어디에 투자해야 할 지 고민스러워하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합니다. 금융 최고 전문가라는 은행장들도 고민이라고 하니 분명 대한민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것은 맞나봅니다.
그렇다고 마냥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만 그리워할 순 없겠죠? 원했던, 그렇지 않든 간에 이미 우린 초저금리 길목에 들어섰으니 말입니다. 이젠 신발 끈을 단단히 죄며 초저금리 시대 생존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럴 때 기본부터 챙기는 게 현명합니다. 재테크의 기본은 바로 '세테크'입니다.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최대한 줄이고, 여기에 수익을 더하는 전략이라면 금상첨화겠죠.
은행권 PB들이 추천하는 절세상품엔 장기집합투자증권저축펀드, 연금저축, 퇴직연금,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핫한 상품은 퇴직연금의 하나인 적립IRP이죠.
적립IRP는 퇴직연금제도 중 개인형퇴직연금의 한 형태입니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은 급여생활자에게 회사가 퇴직금을 적립해주기 위한 제도인데, 적립IRP는 회사 돈이 아닌 자신의 돈을 적립해 스스로 노후대비를 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노후를 위한 사적연금제도라는 점에서 기존의 연금저축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그런데 적립IRP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올해부터 퇴직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한도가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죠. 기존의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한 400만원 한도에 추가해 퇴직연금에 대한 300만원의 별도 한도가 신설되면서 최대 700만원의 세액공제 한도가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즉 기존에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연금저축에 연간 400만원을 적립하던 급여생활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52만8000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연금저축에 400만원 및 퇴직연금에 300만원을 적립하면 공제율 12%에 따라 최대 84만원, 지방소득세를 포함시 13.2%가 적용된 최대 92만4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 적립IRP가 연금저축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가입대상입니다. 연금저축은 큰 제한이 없는 반면 적립IRP는 퇴직연금제도 가입자만이 해당됩니다. 회사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제도에는 DB형, DC형, 기업형IRP가 있는데 이 중 한가지에 가입돼 있다면 적립IRP 계좌를 만들 수 있어요. 해당 금융회사나 재직중인 회사에 요청해 ‘퇴직연금가입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된 51개 금융회사 중 원하는 곳에서 적립IRP계좌를 개설하면 됩니다.
상품 운용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보험·펀드·신탁 계좌로 나뉘지만 적립IRP계좌는 한 개의 상품이 아니라 정기예금과 펀드 등 여러개의 상품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종합통장입니다. 적립IRP 가입자는 이 통장 안에 본인이 원하는 상품을 여러 개 골라 담아 운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세액공제 한도입니다. 세액공제를 최대한 받고자 한다면 적립IRP를 반드시 가입해야만 합니다. 연금저축에만 적립을 할 경우 세액공제한도는 400만원이 전부이지만 반대로 적립IRP에만 적립한다면 7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세금도 줄이고 노후도 준비할 수 있다니 솔깃한 상품이죠? 하지만 무턱대고 가입해선 절대 안됩니다. 적립IRP를 중도에 해지한다면 연금저축과 마찬가지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던 것만큼 토해내야 합니다. 당장 올해 세금을 줄이자고 가입했다가 자칫 원금을 잃을 수 있어요.
세액공제가 가능한 적립IRP와 연금저축상품들의 기본 취지는 근로자의 노후소득 확보입니다. 노후에 연금으로 받는 것을 유도하고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의미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들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들에 가입할 때에는 가급적 중도해지보다는 노후의 연금수익원으로 활용하는 게 좋겠죠? 중도해지시에는 15% 기타소득세가 과세되지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저리인 3~5%의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니 말입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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