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최근 람보르기니 보험사기 사건으로 보험수사팀의 활약상이 주목받고 있다. 탐정 못지 않는 냉철한 수사로 그동안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보였던 보험사기 적발 사례를 모아본다.
#1. 2010년 김모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벤츠차량(1억4000만원 상당)을 도난당했다고 보험사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보험사는 이번 사건이 보험사기인 것으로 인지했다. 사고 조사를 위해 삼성화재는 보험조사파트(SIU) 소속 조사원을 파견했다. 삼성화재는 사고 접수시 시스템에서 모랄(moral) 위험도를 자동으로 측정해 보험조사 담당자에게 자동적으로 배당하고 있다. SIU는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 출신이 가장 많고 교통안전공단에서 교통사고 조사원으로 일했거나 종합병원 의무기록원으로 근무했던 직원도 있다. 당시 경찰 출신 조사원은 신고자 김씨 주변 탐문을 시작했고 그가 도박 빚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사 결과 김씨는 벤츠차량을 담보로 돈을 차용하고 허위로 도난 신고를 해 보험금을 타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 조폭행세를 하고 다니며 협박을 일삼아 온 일당이 적발된 적도 있다. 김모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외제차를 중고로 구입해 차선 변경을 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사고를 낸 뒤 상의를 벗고 몸의 문신을 보여주는 등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겁을 주고 현장에서 바로 보험 접수를 하게 했다. 또한 조사 나온 보험사 담당 직원에게 보험금을 실제 금액보다 높게 책정하도록 협박했다. 이들은 보험금을 빨리 받아내기 위해 차량 수리 후 비용을 계산하는 대신 현금으로 직접 보상받는 '미수선 수리비' 제도를 활용해 외제차 서비스 센터 직원들에게 고가의 수리비 견적서를 끊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10개 보험사에서 총 4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3명이 구속되고 9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3. 2012년 관악구 신림동 한 음식점 앞에서 자동차가 오토바이(이륜차)를 보지 못 하고 후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고의 사고였다. 김모씨가 이모씨에게 오토바이를 특정 장소에 세워두라고 지시한 후 제3자인 것처럼 보이는 박모씨가 1톤 화물트럭으로 후진해 사고를 낸 것이다. 이들은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4. 포르쉐·람보르기니 등 일명 '수퍼카'로 불리는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허위 사고를 위장하는 무리도 있었다. 이들은 일부러 자동차를 급제동시켜 뒤에 오는 자동차와 추돌하게 하고 고의로 파손해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가담한 인원만 38명으로 인터넷 '팀 포르쉐' 동호회를 통해 서로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이 중에서는 정비공장 대표, 렌터가 대표 등도 있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3억5000원만을 편취해 1명이 구속되고 37명이 불구속 됐다.
#5.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자동차를 바꾸는 수법도 보험사기로 드러났다. 박모씨는 외제차량 보험료가 부담돼 자기차량 손해 보험 등을 가입하지 않고 의무보험만 들었다. 그러다 운행 중 사고가 나게 된 것이다. 보험료가 부담스러웠던 박씨는 중고차 시장에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과 동일한 종류의 차량을 섭외해 차량번호판을 바꿔 사진촬영 후 종합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박씨는 원래 사고가 난 차의 보험금을 빨리 받아내기 위해 차량 수리 후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현금으로 직접 보상받는 '미수선 수리비' 제도를 악용해 보험사에 고액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현대해상은 사고차량의 파손상태가 박씨가 주장하는 사고일자와 다른 것으로 의심해 정밀조사를 착수하다 이 같은 과정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