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은 경찰로…당사자들 사기미수 혐의 적용여부 검토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거제 람보르기니 추돌사고가 '보험 사기극'으로 알려진 가운데, 운전자와 보험사가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사건이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보험사는 고의적인 사고로 결론내린 반면 운전자들은 사기가 아닌 우연한 사고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20일 람보르기니와 SM7 차량의 추돌사고를 조사 중인 동부화재는 사고 당시 차량의 운행 상태와 여러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고의성이 있는 사고라고 결론 내고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동부화재는 사고를 낸 SM7 차량의 보험사로 보험금 지급을 위해 이번 사고를 조사해왔다.
사고는 지난 14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 한 도로에서 SM7 승용차가 앞서 가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람보르기니 뒷범퍼와 SM7 보닛이 파손됐다.
사고는 지난 14일 낮 12시께 편도 2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에 발생했다.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고 속도를 내기 힘든 구간이지만 이 사고로 SM7 차량의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충격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충돌 당시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고 도로 표면에도 급정거시 나타나는 스키드마크가 발견되지 않았다.
동부화재는 이 같은 상황을 미뤄볼 때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닌 고의성이 있는 추돌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사는 지난 18일 오후 이들 운전자로부터 '고의성이 있는 사고'라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와 보험금 청구 포기서에 서명을 받았다.
이로써 이번 일은 보험사기극으로 결론맺는 듯 했지만 이번엔 운전자 쪽에서 보험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람보르기니 운전자는 이날 "SM7 운전자와 아는 사이는 맞지만 서로 연락처도 모르고 지내다 이번 사고로 만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이번 사고가 크게 화제돼 부담을 느껴 고의성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은 생각에 서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SM7 차량 대물보험 한도가 1억원인데 보험금을 노렸다면 한도가 훨씬 높은 차량을 골랐을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사고가 난 람보르기니는 렌트가 아닌 운전자 자가 소유로 돼 있으며 최근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차량을 고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화재 측은 이 같은 주장이 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고의성이 없다면 큰 돈이 들어가는 수리비를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는데다 사건 이후 운전자들의 진술과 태도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람보르기니 차량 수리비는 당초 1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지만, 동부화재 측은 운전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면서 정확한 보상액 산정을 중단한 상태다.
결국 공은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사고를 관할하는 거제경찰서는 동부화재 측에 추돌사고와 관련한 서류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관련 서류를 검토한 뒤 당사자들을 불러 사기미수 혐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는데다 범행을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긴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보험사기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황으로 봤을 땐 보험사기로 판단되더라도 확실한 물증이 없다면 경찰에 넘어가서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도 당사자들이 계속 부인한다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만일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수백만원 상당의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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