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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왕·육아왕' 등장에 고개숙인 아빠들 "슈퍼맨 신드롬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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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에선 '달인 아빠' 넘쳐나지만 현실에선 '보통 아빠' 되기도 힘들어
- 슈퍼맘 이은 슈퍼대디 열풍에 '소리없는 아우성'


'요리왕·육아왕' 등장에 고개숙인 아빠들 "슈퍼맨 신드롬 지쳐" 사진=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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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 제조업체 과장인 이정윤(39)씨는 주말이 괴롭다. 매주 일요일이면 전파를 타는 연예인 '슈퍼맨 아빠'들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조기 출근에 야근까지 소화하며 빡빡한 일정을 보내는 이씨는 주말 하루정도는 맘 편히 쉬고 싶지만 이런 바람을 입 밖에 꺼내지는 못한다. 5살, 2살 두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히며 왠지 모를 죄책감까지 든다.


# 예비아빠 직장인 박현일(34)씨는 일주일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업무가 끝나면 저녁마다 요리학원과 예비부모 교실에 나가고 있어서다. 박씨는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지만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을 열혈 시청하는 아내의 끊임없는 '좋은 아빠되기' 요구 앞에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육아와 요리에 만능인 '슈퍼맨'이 대세다. 변화하는 남녀·가족관계를 반영한 듯 가정사에 한 켠 물러나있던 아빠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쪽에서는 이런 현상이 내심 불편하다.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으면서 이런 불편함은 이제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자리잡고 있다.


슈퍼맨 아빠 신드롬은 방송에서부터 불어왔다.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 움직임이 일상으로 확산되면서 평범한 아빠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조금씩 새나오기 시작했다.


직장인 윤모(40)씨는 "처음에는 아빠들이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지만 TV 속 연예인과 나를 비교하는 아내와 가족들의 핀잔에 더 이상 보기가 싫어져 채널을 돌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빠의 고달픔'은 윤씨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방송 직후 쏟아지는 네티즌들의 반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육아프로그램을 지켜 본 주부 커뮤니티에서는 '삼둥이'와 '쌍둥이'를 노련하게 돌보는 연예인에 대한 칭찬글이 자자하다. '하나도 잘 못보는데 어떻게 둘, 셋을 화도 잘 내지 않고 다룰까'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대세다.


하지만 남성 회원이 많은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에서는 '개인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연예인들의 생활이 마치 당연하듯 생각되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누구나 좋은 아빠가 되기를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보통 아빠'를 유지하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네살배기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김현웅(37·가명)씨는 "평일에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겼다 데려오기 때문에 주말이 돼야 겨우 함께 보낼 시간을 얻을 수 있지만 밀린 집안일 등을 하다보면 가족이 함께 뭔가를 할 여력이 안되는 때가 다반사"라며 "평일에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만 직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들기도한다"고 말했다.


가정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사회나 직장에서의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개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리왕·육아왕' 등장에 고개숙인 아빠들 "슈퍼맨 신드롬 지쳐"


육아왕의 등장에 고전하던 아빠들은 요리왕의 등장에 더욱 맥을 못추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남성들이 출중한 요리 실력을 선보이면서 '요리 잘하는 남자'가 화제를 몰고 있지만 집에서는 눈총 세례가 쏟아진다. 요리에 자발적인 관심을 갖는 남성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연일 이어지는 화면 속 남자들과의 '비교'에 마음은 점점 초조해진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기도 신도시에 위치한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는 최근 요리 강좌를 문의하는 남성이 부쩍 늘었다. 문의를 하러왔다 실제 수강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문화센터 안내데스크 직원은 "수강을 문의하는 분들 중에는 혹시 반에 남성 회원이 있는지를 묻는 분들도 꽤 된다"며 "여성들 틈에서 혼자 듣는 것을 민망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직장에 개설된 요리 동호회에 가입한 이주현(33)씨는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지만 혼자서는 학원이나 강의를 들으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아 회사 동료들과 함께 단체로 배우는 방법을 택했다"며 "새로운 요리를 배워가는 재미도 있지만 밥 못하는 남자는 홀대받는 현실이 돼가고 있는 것 같아 다음엔 어떤 대세남이 등장할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슈퍼맘 열풍이 불었던 것이 슈퍼대디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과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런 요구가 커지기 때문에 아빠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어쩌면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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