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 복원-공개 놓고 '박정희 마케팅' 논란...사실은 2008년 시작된 역대 정부 수반 유적 복원 사업 일환...시 "정치적 해석, 의미없다" 일축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서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3년간 살았던 신당동 가옥을 복원해 일반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쪽에선 고개를 갸우뚱하며 '역사 왜곡' 논란을 제기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도 '보수 확장'을 위한 '박정희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시는 '역대 정부 수반 유적 복원 사업'의 일환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손사레를 치고 있다.
지난 17일 시가 박 전 대통령의 신당동 가옥을 재단장해 공개하자 SNS를 비롯해 온라인이 시끌했다. 야당ㆍ시민단체 출신으로 박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이념 성향ㆍ삶의 지향을 가진 박 시장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같은 사업을 추진했냐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등 보수 측에서는 주로 "박 시장의 '박정희 마케팅'이 시작됐다"는 반응이었다. 한 종편에서는 "박 시장이 대권 욕심에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내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팔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반면 진보 측에서도 "5.16 쿠데타를 미화하고 있다"며 뜨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가 신당동 가옥 내에 각종 표기물에 쿠데타란 표현없이 '5.16'이라고만 써놓는 등 부정적인 면은 일부러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파문을 의식한 듯 시의 행보는 조심스러웠다. 17일 일반 공개에 앞서 진행된 16일 언론 설명회에 나선 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말은 회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나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딸'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시는 또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신당동 가옥 공개의 의미에 대해 '건축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이 가옥이 1930년대 일본에 의해 신당동 일대에 대거 건설된 '문화주택'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서양식 지붕에 동양식 내부 구조를 갖춘 독특한 양식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 이번 사업을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빼놓은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번 사업은 사실 2008년부터 국무총리실과 협의해 실시하고 있는 '역대 정부 수반 유적 복원 사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시는 이 사업으로 이미 2013년 김구 임시정부 주석의 경교장, 장면 전 총리의 명륜동 가옥, 최규하 전 대통령 서교동 가옥을 각각 복원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한 적이 있다. 시는 앞으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화장, 윤보선 전 대통령 가옥 등도 복원해 개방할 예정이다.
이같은 역대 정부 수반 유적 복원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당초 2013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해 "현대사가 압축된 역대 정부수반의 유적들을 체계적으로 보존ㆍ관리함으로써 대한민국 헌정사의 발전과정을 재조명하고, 유적지 현장에서 현대사의 출발과 발전을 체험해볼 수 있는 역사교육의 공간으로 조성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의 문화관광자원으로 조성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었다.
시는 이에 따라 정부의 예산 20~30%를 지원받아 각 정부 수반의 가옥들을 시 문화재로 지정하는 한편 재단장ㆍ공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같은 취지에서 실시한 박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 공개를 둘러 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시 한 관계자는 "이번 가옥 공개가 박정희 마케팅이라면, 2013년의 사업들은 김구 마케팅, 장면 마케팅, 최규하 마케팅이냐"라며 "좌우를 막론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시비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은 개방 첫날 500여명이 다녀갔고, 둘째 날인 18일에는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250여명이 방문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일 오전 11시 현재 시의 온라인 예약 창구를 확인해 보니 오는 22일, 28일, 29일 등 가까운 주말에는 벌써 예약이 다 차 관람이 불가능한 상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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