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이민찬 기자]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무상급식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회동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나 표면적으로는 ‘무승부’가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문 대표가 잃은 게 많은 반면 홍 지사는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아예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이런 결과가 보이는 상황에서 홍 지사를 만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문 대표측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차례로 만나는 일정에 따라 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10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나 ‘경기도 연정(聯政)’과 ‘생활임금제’에 대해 논의했다.
홍 지사와의 회동 일정을 잡아놓고 피할 수는 없었다는 게 문 대표측의 설명이다. 무상급식이 쟁점이 될 것도 예상됐지만 껄끄러운 이슈라고 해서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을 문 대표 스타일로 설명했다. 문 대표는 꼭 뭔가를 얻지 못하더라도 가서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본인이 움직여야 중앙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갖게 되고 전국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경남도청으로 홍 지사를 찾아가 무상급식 지원중단 조치와 관련해 “도의회 뒤에 숨지 말라”며 공세를 폈다. 홍 지사는 “대안을 가져오라”고 맞받아치면서 설전이 오갔다. 이날 회동은 30분 동안 이어졌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문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벽에다 이야기 하는 줄 알았다”며 “뭔가 길이 있다면 우리끼리라도 더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전혀 방법이 없다고 하니 (다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대표가 새누리당의 잠재적인 대권주자 중 한 명인 홍 지사와의 담판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불필요하게 홍 지사의 면만 세워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홍 지사가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하는 문 대표를 만나면 홍 지사만 덕을 본다며 만나지 말라는 분들도 있었다”면서도 “문 대표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을 걱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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