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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공유자’ 양병찬, 과학번역에 진력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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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갖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식과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소셜 허브를 인터뷰해 소개합니다.


양병찬(55) 씨는 “구한말에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 선생의 마음”으로 해외 과학 뉴스를 소개한다.

그는 해외 과학계의 최신 연구를 국내에 전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기존 과학지식이 새로운 지식에 밀려나는 주기가 매우 짧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식공유자’ 양병찬, 과학번역에 진력하는 까닭은 '센스 앤 넌센스'를 번역한 양병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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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은 라이프사이클이 너무 짧아, 하룻밤 자고 나면 진리가 거짓으로 바뀌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3~4년 전에 나온 지식이 수록된 단행본으로 과학지식의 트렌드를 따라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논문을 읽는 것이 좋은데, 일반인들이 논문을 읽는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사실은 전문가들도 분야가 세분화되다 보니 인접 분야의 논문을 늘 챙겨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협책으로, 한편으로는 단행본을 번역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매일 아침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의 사이트에 올라오는 과학뉴스를 번역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는 과학전문 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새로운 정보를 번역하면서 틈틈이 과학 분야 단행본을 우리말로 옮긴다. 매일 새벽 4~5시쯤 일어나 두 사이트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나 확인해 보고 중요한 기사가 있으면 한두 꼭지 골라 9시까지 번역한다. 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정보기술포털에 보낸다. 아침 식사 후 점심과 저녁에는 단행본을 번역합니다. 주말에는 두 매체에 실린 특집기사 중 하나를 골라 번역해 월요일 아침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기고한다.


기자와의 페이스북 인터뷰에서 그는 “쉬는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중간에 지루할 때는 쉬는 대신 다른 분야의 책이나 기사를 본다”며 “저에게는 분야를 바꾸는 것이 휴식”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으로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팔굽혀펴기를 40번씩 한다. 가능한 한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합니다.


◆약국 운영하며 틈틈이 작업= 번역은 고독한 작업이다. 전문성을 갖추고 들인 품에 비해 손에 쥐는 보수는 변변치 않다.


그가 과학 분야 번역에 매진하는 것은 과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이고 “대한민국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자긍심에서”다. 그는 “과학서적 번역에는 문학이나 인문학서적 번역과는 달리 번역자의 다양한 식견과 배경지식이 녹아들어 간다”며 “원서 한 권을 번역하려면 관련도서 10권은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 연구 동향을 전하는 사명감을 갖게 된 과정은 좀 길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 은행ㆍ증권사ㆍ대기업에서 근무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했다. 이후 공부도 할 겸, 자격증도 딸 겸 40세에 약학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약대에 들어간 후 생화학ㆍ약물학ㆍ면역학ㆍ유기화학 등을 배우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그는 말했다. “세상에 이런 재미있고 유익한 학문이 있는 것을 모르고 살아 왔다는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학문들이 세상을 바꾸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구한말에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 선생의 마음이 그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늦게 배운 도둑질 밤 새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정말 밤을 새워 가며 미치도록 공부했습니다.”


약국을 운영하면서부터 지난 10여년 동안 ‘서유견문’의 정신으로 돌아가 지식공유를 시작했다. 단행본을 번역하는 한편 매일 아침 해외 과학뉴스를 소개했다.


◆지난해부터 지식공유에 전념= 그는 자신을 ‘지식공유자’라고 소개하고 그렇게 불러달라고 말했다. 이 명칭에도 그의 사명감이 담겨 있다.


지식공유자라는 명칭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기억전달자’(The Giver)를 읽고 보면서 만들었다. 그는 “한 세대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기억전달자처럼 과학 선진국들의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사회에 전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 명칭에 담았다”고 들려줬다.


“한국은 적어도 과학 분야의 경우 번역자 복이 많은 나라다. 젊은 번역자들이 활약하는 과학책시장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특히 그는 과학자들이 번역자로 지명해 불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지식공유자’ 양병찬, 과학번역에 진력하는 까닭은 .


그가 지난해 진화론 연구서 ‘센스 앤 넌센스’를 번역한 데 대한 평가다. 그는 “3년 전 페이스북을 시작하고 특히 지난해 초부터 글을 연재하면서 많은 분들이 저의 존재를 알게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에도 입소문이 나서 ‘센스 앤 넌센스’의 번역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식공유자는 지난해 초 이후 지식공유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천재: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을 번역하고 있다. 물리학자 파인만 이야기의 ‘맛보기’를 그의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다.


양병찬의 과학번역 7대 정석


1. 번역은 영어실력이 아니라, 국어실력으로 하는 것이다.
- 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 한자(漢字) 공부 필수: 한자 모르면 번역 못한다.


2. 읽히지 않는 번역은 번역이 아니다.
- 개나 소나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reader-friendly).
- 동료는 물론, (가능하면) 비전공자도 읽을 수 있게


3. 사전(辭典)보다는 감(感)에 의지하라
- 번역은 별도의 문학 장르다
- 사전을 보면 절대로 좋은 글이 안 나온다(단, 내공 필수)
- 단어에 집착하면 흐름을 놓친다(단, 전문용어는 예외)


4. 원문에 오류가 있으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
- 활자의 힘에 현혹되지 말라 - 원문이 틀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 내용이 틀리면 욕먹는 건 원저자가 아니라 번역가다
- 끊임없이 배경지식을 쌓아야 하는 이유: 모르면 못 고친다


5. 과학 번역은 해석이 아니라 해설이다
- 내용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으면 번역하지 말라
- 필요하면 사족, 단락구분, 번호, 따옴표 등도 추가하라
- 기승전결이 없는 문장은 접속사 추가


6. 최고의 번역은 번역한 티가 안 나게 하는 것이다(天衣無縫)
- 시치미 뚝: 출처를 밝히기 전까지는 마치 내 글인 것처럼


7. 책 한 권을 번역한 후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10년의 법칙: 한 분야 번역 10년이면 박사학위 소지자와 의사소통 가능
- 10대 1의 법칙: 원서 한 권을 번역하려면 관련도서 10권은 읽어야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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