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명단 국회의원실→수협중앙회 감사실→영광군수협 검사실로 이동
-조합장까지 내용 파악, 조합원들 "회유·압박 전화 받아"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영광군수협 조합원 B씨는 지난 2월말 조합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조합장 A씨가 국회에 넣은 탄원서의 내용을 거론하며 '왜 사실 무근인 비리 내용으로 탄원을 넣었냐'고 추궁했기 때문이다.
11일 조합장 동시선거를 앞둔 가운데 수협중앙회가 지역 수협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탄원인들의 명단을 해당조합에 그대로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수협 중앙회는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지우는 기본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영광군수협 조합원 등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지난달 조합 계약과정 비리의혹 탄원서 원본을 영광군수협 검사실로 보냈다. 탄원서에는 참조기 자동 선별기 구매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정황을 비롯해 같이 탄원서에 서명한 조합원들의 명단이 들어 있었다.
지역조합 비리 내용을 검사하고 내부 고발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영광군수협검사실은 조사를 받아야할 해당 조합장에게 탄원인에 관한 정보를 흘렸다.
처음 탄원서를 받은 국회의원실도 탄원서 원본을 그대로 수협중앙회에 넘겼다. 내부 고발을 확인하는 과정 가운데 누구도 탄원인 정보를 보호하지 않은 셈이다.
조합원들은 명단 유출 이후 조합장으로부터 회유·압력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장이 수협의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자리인 만큼 피해를 볼 지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협중앙회는 신입 직원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며 해당지역 조합장과 직원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명단을 그대로 보낸 국회의원실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탄원인에 대한 조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탄원서는 대부분 원본을 보낸다"며 "그정도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조사를)진행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영광군수협 조합원들은 지난달 탄원을 통해 참조기 자동 선별기 구매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정황이 있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수협중앙회 감사실은 수의계약으로 약식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계약업무에 부적정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자를 문책 및 경고할 것을 영광군수협에 요구한 상태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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