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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백발 택시기사들, '달리는 폭탄'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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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노인 택시기사 급증, 사고도 덩달아 늘어나..."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 목소리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수습기자, 정현진 수습기자]

아슬아슬 백발 택시기사들, '달리는 폭탄' 되기 전에… 택시 승차거부삼진 아웃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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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차 개인택시 기사 임모72)씨는 '척추관 협착증'에 '퇴행성 관절염'까지 앓고 있어 운전을 오래하지 못한다. 군(軍) 장교로 일하다 정년퇴직 한 후 12~13년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 2006년이 돼서야 개인택시를 시작했다. 임씨는 "힘이 있으면 막노동이라도 할 텐데 늙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택시 운전 뿐"이라며 "틈틈이 굳은 몸을 풀기 위해 체조를 하는 등 나름대로 몸관리를 하고 있지만 젊은 시절과는 몸이 많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택시기사들도 급격히 노령화 되고 있다. 택시기사는 한때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1가구 2차 시대가 열린 2000년대 이후엔 다른 직업을 전전하던 중장년층이 마지막에 찾는 '막장' 직업으로 변했었다.

최근들어선 저소득을 견디지 못한 중장년층마저 이탈해 이제는 은퇴기를 지난 60~70대 노령층들이 '그나마' 안정적인 수입을 벌기 위해 찾는 직업이 됐다.


실제 지난달 26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시 서대문구 연남동의 기사식당 골목에는 가장 젊은 사람이 50대일 정도로 흰머리를 휘날리는 어르신 택시기사들 뿐이었다. 40대 이하의 검은 머리 택시기사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서성기(68)씨는 "젊은 사람들은 하루 막일을 해도 10~15만원을 버는데, 택시는 한 달 바짝 벌어도 100~150만원을 겨우 만진다"며 "보통 택시는 수입이 적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이 하는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요새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은 통계 자료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내 택시운수종사자 8만7583명 중 60세 이상 고령자는 3만9271명으로 전체의 44.8%에 달했다. 연령제한이 없는 개인택시의 경우 더 심해 60세 이상이 55.5%에 이르렀다.


반면 20~30대 젊은 택시기사는 모두 1038명으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20대 택시기사는 28명(0.03%)으로 80대 운전자 수(90명, 0.1%)보다 더 찾아보기 어렵다.


이같은 현실은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2013년 60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영업용 자동차(택시ㆍ버스ㆍ화물차) 사고건수는 2만9622건으로 전년대비 17.9% 증가했다. 이는 60대 미만 운전자 사고증가율(9.2%)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고령운전자들이 일반 성인보다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반인보다 사고로 연결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르신 기사가 모는 택시를 타는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날 오후 대학로에서 만난 최선호(29)씨는 "어르신 택시기사의 경우 지각능력이 떨어지고 반응이 느린 것 같아 불안하다"며 "사고가 나면 본인은 물론 승객도 다치는 만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만난 김명수(42)씨도 "가끔씩 어르신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면 답답하고 두렵다"며 "최소한 일흔이 넘은 기사들은 이제 쉬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고령 택시기사들도 운전 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택시기사 박모(70)씨는 "동료 중 30년 운전을 한 베테랑 기사가 있는데, 이제는 밤에 어두워지면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운전이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23년차 택시기사 홍봉진(63)씨도 "일단 나이가 많이 들면 질병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과로가 겹치며 사고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도 지난해 만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 택시기사 증가가 고령화 사회의 자연스러운 단면이지만 교통사고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체검사 강화, 젊은 운전자 유인책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도경 교수는 "법으로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금지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라며 "대신 고령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 운전을 서서히 포기하는 방식으로 고령운전자들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기정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젊은 운전자들을 (택시 운행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택시기사가 직업으로서의 생계수단이 되고 안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수습기자 supermoon@asiae.co.kr
정현진 수습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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