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멀쩡해 보이는 인도가 내려앉는 황당한 사고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설 연휴에 발생한 서울 용산역 앞 인도의 땅꺼짐(싱크홀)이 직접적 계기다. 아파트 공사 현장 주변이기도 한 이곳에서 가로 세로 1.2m 크기의 지반이 약 3m 아래로 내려앉아 행인 2명이 떨어져 다쳤다.
이번 땅꺼짐은 처음 있는 사례가 아니다. 잠실 지하철9호선 공사 현장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4년간 서울에서 발견된 사람 키보다 깊은 땅꺼짐은 모두 13건에 달한다.
정부와 서울시 등 관련 당국은 땅꺼짐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밀 조사와 안전 진단,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수선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현장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원론적 수준의 얘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땅꺼짐은 일상처럼 흔한 일이 돼버려 우려가 적지 않다. 차도와 보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땅꺼짐으로 왕래조차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적 파급효과마저 생겨나고 있다. 땅꺼짐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송파구 일부에서는 아파트값이 떨어져 실수요자 간 거래가 늘어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땅꺼짐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입장에선 느닷없는 사고지만 '예고된 인재'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리한 공사나 낡은 상하수도관을 제때 수리하지 않았기에 땅내 연약 지반이 붕괴된 사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나와 있다. 굴착 등 지하공사의 여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 조속히 예산을 편성해 30%에 달하는 낡은 상하수도관을 교체ㆍ수리해야 할 일이다. 발 딛고 선 땅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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