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kt렌탈 인수를 둘러싸고 입찰에 참여한 후보자와 매각주간사간 마찰을 빚는 가운데 kt렌탈 노조가 특정 후보업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KT쪽에 전달했다.
매각절차를 복잡하게 해 가격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KT가 마냥 비싸게 팔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인 만큼 황창규 KT 회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t렌탈 노조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재무적투자자(FI)를 비롯해 현재 거론중인 후보 가운데 특정업체에 대한 우려를 최근 KT 경영진 측에 전했다.
류경오 kt렌탈 노조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FI의 경우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구조조정 등 회사나 사내 구성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업체 가운데 산재사고를 숨기거나 노조를 탄압하는 회사 역시 인수후보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했고 KT 경영진 역시 구두상으로 (노조 제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kt렌탈 인수전에는 SK네트웍스를 비롯해 한국타이어ㆍ오릭스PE 컨소시엄, 롯데그룹 등 전략적투자자(SI) 3곳과 FI로 분류되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1곳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의 주장대로라면 어피니티는 인수후보로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피니티는 1차 본입찰 당시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지만 FI라는 점에서 노조는 꺼리고 있다.
kt렌탈 노조는 지난해 황 회장이 매각의사를 밝힌 후 조합원을 늘려 현재는 회사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위원장은 "새로 주인이 되는 회사의 사업영역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하는 것은 물론 직원 개개인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며 "견실한 계열사를 매각하는 만큼 잘못된 결정으로 뒷말이 나온다면 황 회장과 KT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경매호가 매각방식으로 인수후보자와 협상을 벌여 인수가를 본입찰 때보다 높인 9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CS는 이날 오전까지 2차 본입찰을 거쳐 한번 더 후보군을 추리기로 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는 불만을 나타냈다. SK네트웍스는 "추가 입찰에 참여하면 인수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2차 입찰을 실시한다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측은 인수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까지 감안해 2000억원을 더해 인수가를 제시했는데 한 차례 더 입찰을 하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 같이 결정했다.
어피니티 역시 인수자금 상당수를 외부에서 끌어들인 만큼 현 수준보다 가격을 더 적어내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는 본입찰에서 일본계 투자자 오릭스를 끌어들인 만큼 당장 자금조달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이어 kt렌탈까지 사들일 경우 지나친 사세확장으로 회사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인수전이 고가매각 논란에 휩싸이면서 황창규 회장의 M&A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비주력사업을 정리한다는 명분으로 kt렌탈을 시장에 내놨지만 가격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이번 매각과정에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인수 후보자 사이에서도 뒷말이 많다"며 "국내 1위 렌터카사업자인 만큼 매각 이후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KT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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