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에도 10분기 연속 흑자
경쟁사들은 최악 적자, 불편한 시선 쏟아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불편한(?)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경쟁사 모두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무려 10분기 연속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며 나 홀로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유가 폭락 사태를 겪었던 지난해 4분기에도 흑자를 올려 10분기 연속 흑자 기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1800억원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다. 4분기 흑자 예상 규모를 합치면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지난달 말 열린 에너지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흑자를 낼 것 같다"면서 "10분기 연속 흑자"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국내 정유 3사는 지난해 중반 100달러 이상이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 초반으로 급락하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무려 1조6000억원 이상 감소하며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에 SK이노베이션은 주주 배당도 하지 않기로 했다.
S-OIL은 정제 사업을 시작한 이후 34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다. 3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GS칼텍스는 지난해 200% 수준이던 성과급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흑자를 올린 현대오일뱅크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스터리'라며 의구심이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온 현대오일뱅크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흑자에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자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종의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일 뿐"이라며 "타사에 비해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재고 관리 측면에서 좀 더 발 빠른 대처를 해 재고 물량을 줄였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흑자는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이 타사 대비 적게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평균 정제 가능량은 39만 배럴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약 111만5000배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각각 77만5000배럴과 66만9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또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이 36.7%로 SK이노베이션(SK에너지 17.2%), GS칼텍스(34.6%), S-OIL(22.1%) 등 타사에 비해 높은 점도 흑자를 올린 비결로 꼽힌다. 고도화란 상대적으로 저가인 중질유를 정제해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를 말한다. 이와 함께 현대오일뱅크는 2013년부터 원가절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남미 아프리카 원유 도입 등 유종 다변화를 통해 원가 비용을 줄여 왔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도 안 좋은데 지금 IPO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 "업계 전체가 힘들어 하고 있고, 모기업도 힘든데 우리 혼자 잘 했다고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니라서 조용히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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