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전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양적완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화답에 나서고 있다. 간밤 미국 증시는 3대 지수 모두 1% 넘게 급등하며 상승 마감했다.
ECB는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9개월간 매월 600억유로(약 75조5000억원)의 자산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약 5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증시전문가들은 ECB의 경기부양책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실적 시즌 부담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국내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 유로존의 양적완화(QE) 단행 기대감에 힘입어 연초 이후 매도세로 일관했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3거래일 연속 매수세로 전환했고, 배당락 이후 지속적으로 출회됐던 프로그램 순매도세 역시 매수로 전환되는 등 국내 증시의 수급부담이 완화되고 있다.
다만 이처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 완화무드에도 본격적인 실적시즌 진입으로 업종 및 종목별 변동성 확대국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경계심을 늦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4/4분기뿐만 아니라 올해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모멘텀 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일 현대차가 시장전망치를 소폭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이후 관련주의 주가변동성이 확대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적에 대한 민감도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어 좀 더 면밀한 종목선택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코스피의 1920선 안착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업종 및 종목별 대응을 강화하는 전략적인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실적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하드웨어, 반도체, 생활용품 등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ECB 통화정책회의에서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최근 반등세를 시현하고 있는 낙폭과대 업종군에 대해서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 ECB QE 발표 직후, 금융시장은 일단 '질보다 양'에 환호하고 있다. 자산매입 규모관점에서 ECB가 채택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선택된 것이다.
코스피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강화에 연동해 대형업종 중심의 단기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당분간 1920~2000선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CB 정책불확실성 해소와 더불어 그간 안전자산으로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일부 되돌려지며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다.
시장 예상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ECB의 QE 규모는 글로벌 증시 유동성 관점에서 긍정적이며, 국내증시 역시 일부 수혜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본다. 다만 ECB QE의 복잡한 구조와 실물경기 파급 효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잔존한다는 점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국제유가 불확실성, 그리스 총선 이후 부채협상 관련 노이즈, 글로벌 디플레 우려 등 잔존하는 증시악재들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국내증시 반등강도는 제한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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