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7번째다. 관광인프라의 개선과 기업 혁신 투자의 조기 실현에 초점을 맞췄다. 카지노 등을 갖춘 1조원 규모의 대형 복합 리조트 2개를 연내에 추진하고 관광호텔과 면세점을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대차, 삼성, SK 등 대기업이 투자 계획을 조기에 가시화할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지원도 서두르기로 했다. 정부는 25조원 이상의 투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복합리조트 최대 출자자의 외국인 지분비율(51% 이상)을 폐지한 점이 우선 눈에 띈다. 국내 대기업도 원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또 이전하는 용산 주한 미군 부지와 함께 현대차가 매입한 한전 부지 개발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키로 했다. 용도 변경과 인허가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2년가량 단축해 당장 내년부터 착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4조원 규모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증설, 2조8000억원의 SK E&S 열병합발전소 배관망 건설 등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대기업의 민원성 특혜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만큼 정부의 투자 유인 의지가 강하다는 표현이다. 장애물을 걷어내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조기에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는 6차례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모두 43조원의 투자 계획이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숫자상으로는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체감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왜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수익이 예상되면 투자에 나서지 않을 기업이 없다. 투자가 부진한 근본 원인이 무언지를 고민해 투자심리를 살려낼 실효성있는 후속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규제 완화를 실질적인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일도 중요하다. '1ㆍ18 대책'을 실현하려면 관광진흥법,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항공법, 신용정보법 등 8건의 법률을 제ㆍ개정해야 한다. 대책을 발표해 놓고 '입법 책임'은 정치권에 미루는 식은 안 된다. 국회와 지자체 탓만 할 게 아니라 여야를 설득해 내놓은 정책을 완결해야 하는 책무가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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