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인터넷이 한일갈등을 부채질한다

시계아이콘01분 47초 소요

[뷰앤비전]인터넷이 한일갈등을 부채질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AD

일본에 가면 항상 만나는 지인이 있다. 로이터통신에서 30여 년을 재직하고 지금은 은퇴한, 일본에서 존경받는 언론인 마키노 요히지씨다. 한국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가졌으며 항상 한일 관계에 대해 염려하는 분이다. 지난 가을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그분은 나를 보자마자 대뜸 "인터넷 때문에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가 싶어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 언론사에서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신문기사나 사설이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불필요하게 일본인들을 자극하고 있어요." 그의 설명은 이랬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일본의 특파원들을 통해 한국의 기사들이 일본어로 해석, 정리되어 독자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감정적인 단어들이 걸러졌는데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직역된' 한국 기사들이 전달되기 때문에 감정을 정제하고 필터링하는 메커니즘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한일 양국을 이해하기 때문에 인터넷의 역기능을 더욱 답답해했다.

사실 한국의 신문은 감성적이다. 지난 1월5일 자 모 신문의 사설만 보아도 '악질적인' '악성 바이러스' '시대착오적' 등등의 감정적인 단어들이 서슴없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신문은 이런 단어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 신문의 사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사설이나 기사가 인터넷에서 직역되어 일본인에게 전달될 때 그들이 논리적으로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나 전후 배경지식 없이 갑자기 결론만을 들을 때 느끼는 충격이다.

한일 간의 정서적 차이는 남녀관계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의 남성(스토커가 아닌)은 짝사랑하는 여성에게 마음을 표현하고자 할 때 남성적인 저돌성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꽃을 들고 밤새워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때로 한국 여성은 그 정성에 감동해 마음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상황에서 일본 여성은 기겁을 하고 도망가 버린다. 그녀의 마음에는 감동이 아닌 공포가 엄습한다. 일본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한다. '정말 큰 일낼 남자야. 절대로 만나면 안 돼.' 일본의 여성은 차근차근 시간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을 좋아하지 한국식으로 '남자답게'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질겁한다. 이러한 두 나라의 차이는 논리적으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냥 다를 뿐이다.


한일 간의 문제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그에 맞는 형식이 필요하다. 거두절미하고 몸통만을 감정적으로 전달하면 일본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머리와 꼬리를 함께 담아 전체를 보여줄 때, 또 일본의 방식으로 차분하게 보여줄 때 일본인들은 납득하고 비로소 공감한다.


물론 일본인들도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한 바 있었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하기 직전 연합국은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영어로 '노 코멘트(논평하지 않음)'라는 의미의 단어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정작 일본어로 발표한 단어는 '모쿠사츠', 우리말로 해석하면 '묵살'이었다. 분개한 연합국은 더 이상의 협상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 직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다.


인터넷은 정보를 전달하고 습득하는 데에는 최적의 매체이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에 대해 인터넷은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차가운 정보의 이면에 숨은 해석이나 인간의 의도를 전달하지는 못한다. 왜 그 사람은 그런 단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해석이나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은 철저하게 기계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인터넷은 신이다. 하지만 아주 멍청한 신이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우리도 이제 '멍청한 신'의 본질을 자각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