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어린이 폭행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육교사의 무자비한 손찌검에 네 살배기 여자어린이가 나가떨어지는 충격적인 영상에 온 국민이 분노한다. 경찰이 문제의 보육교사를 구속하겠다고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시키겠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장점검에 나서는가 하면 폭력을 막을 대책을 세우느라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일으키는 경기는 새삼스러운 측면이 있다. 충격적 영상을 보고 난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허둥지둥 대응에 나서는 우리의 자화상을 또다시 보는 것 같다. 폭행을 한 보육교사에게 돌팔매질하기에 앞서 자기방어력이 없는 어린이의 인권에 둔감했던 어른들 모두가 스스로 뉘우치며 반성문부터 쓸 일이다. 또한 이번 사건만을 놓고 흥분하기보다 범죄를 발생시킨 구조적 원인부터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번 폭행사건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10여년 전부터 '일하는 엄마'가 크게 늘어나면서 영유아 보육 수요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공급 쪽 대응은 양과 질 양면에서 크게 미흡했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과 논란이 공적 대응을 지연시켰고,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민간 보육시설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 4년제 정규대학이나 전문대학 외에 사이버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교육받은 지망생들에게까지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해주면서도 교육과정의 내실을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어린이집이 지난해 인증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5점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보듯 인증평가 시스템은 있으나마나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의 1차적 반응은 감시용 CCTV를 훨씬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시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엄마의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포함한 근본적인 보육시설ㆍ인력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영리형 민간 어린이집 외에 기업과 사회단체, 종교기관 등이 운영하는 비영리형 어린이집이나 부모협동형 어린이집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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